이완구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2일 오후 ‘성완종 리스트’ 관련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올봄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성완종 리스트’의 주인공 가운데 한명인 이완구(65) 전 국무총리가 5개월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은 2일 열린 이 전 총리의 첫 재판에서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때 그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만났다는 정황증거를 공개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장준현)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전 총리는 “공개된 선거사무실에 (성 전 회장이) 문을 두드리고 돈을 전달했다는 것을 경험칙상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무고함을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는 “(성 전 회장이) 구명운동을 벌였지만 저의 원칙적 답변에 섭섭한 마음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날, 두 사람이 만난 정황을 법정에 내놨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 보좌진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당시 성 전 회장을 수행했던 금아무개 비서는 “(이완구) 지사 선거사무소에 연락해서 지금 내포청사에서 출발하였고 4시경 도착하실 예정이라고 대신 전달 바랍니다”, “이완구 지사님 먼저 도착하신 후에 우리가 들어가야 하니 (이 전 총리가) 사무실에 도착하시면 연락달라고 전달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남궁아무개 비서는 “(이 전 총리 쪽에) 도착하시면 전화달라고 요청했”다고 답했다. 금 비서는 같은 해 3월31일 카카오톡에 “4월4일 16시30분~17시 부여사무소 방문 예정”이라며 성 전 회장의 일정을 올려놓기도 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 보좌진 9명이 참가한 카카오톡방 대화기록을 자신의 전자우편에 옮겨 놓은 임아무개씨에게서 이러한 내용을 확보했다. 임씨는 이날 재판의 증인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전 총리의 변호인은 “(대화)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성 전 회장과 피고인이 만났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보좌진의 대화 속에는 돈 전달을 직접 언급하는 내용이 없어,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 3000만원 수수를 놓고 양쪽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한편 임씨는 이 전 총리의 변호인이 “성 전 회장을 수행하면서 누군가에게 돈을 준 것을 목격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용돈을 하라고 (기자들에게) 100만원 정도를 준 적이 몇 번 있었다”고 답했다.
서영지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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