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수시로 문서를 통해 검찰에 지시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날 국감장에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주고받은 공문 16건의 목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목록을 보면, 법무부가 ‘대통령 지시사항 관련 대책 송부 요청’ 등 제목으로 대검에 보낸 문서가 12건이었고, 대검이 ‘대통령 지시사항 관련 대책안 제출’ 등 제목으로 법무부에 보낸 문서가 4건이었다.
이춘석 의원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이었다면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직접 수사지휘를 명한 것으로 검찰청법 제8조를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진태 검찰총장은 “대통령 지시를 받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 업무에 관해 일반적 지시를 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 이춘석 의원은 “검찰총장이 장관을 통해 받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하자, 김 총장은 “검찰청법에 따라 지휘를 하는 것도 못하게 하는 건 장관을 없애버리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답변했다.
야당 의원들은 16건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이 일로 1시간30분가량 국감이 중단됐다가 속개했다.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샘플로 몇개를 봤는데 일반적인 정책 강화 지시나 ‘유병언 빨리 검거하라’는 내용이었다”며 일반적인 내용이라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유병언 검거 지시는 특정 사건에 대한 지시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이 대통령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하부기관이 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진태 총장은 “관련 규정에 따라 93년부터 이런 지시가 계속돼왔다. 과거 정권에도 있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 5년간 있었지만 검찰에 이렇게 서면으로 수사지시를 하고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진태 총장은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지시사항 내용 공개 요구에 “자료가 많아 찾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저녁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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