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이 8개월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원 전 원장 파기환송심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는 6일 “향후 피고인과 검찰 모두 주장을 정리하고 입증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필요해 보인다”며 보석을 허가했다. 앞서 원 전 원장 쪽은 지난달 4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하고, 지난달 18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원 전 원장은 공인으로 도주의 우려가 없으며 재판에 대한 방어권을 위해 보석 허가가 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2013년 6월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는데, 대법원은 지난 7월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단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보석 결정을 두고서는, 재판부가 무죄 또는 형량을 대폭 줄여주기로 결심한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판사는 “보석으로 풀어준 뒤 같은 재판부가 (선고 때) 형을 더 살아야 한다며 다시 잡아넣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재판부가 ‘전체 무죄’ 또는 ‘상당부분 무죄’라는 심증을 굳힌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은 “재판장이 (보수적인) 성향이 뚜렷해 원 전 원장에 대한 엄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된 지 240일 만인 이날 오후 3시께 서울구치소를 나온 원 전 원장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건강을 챙기면서 재판을 열심히 받겠다. 오늘은 병원에 바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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