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7일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감 참석 문제를 두고 상대 진영을 헐뜯느라 오전 국감이 파행을 겪었다.
난타전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발언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고 해당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박지원 의원이 대법원 국감에 참여하는 건 부적절하다. 여러 질의 내용이 재판부에 심리적 압박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며, 박 의원이 자진해서 국감을 회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서 의원은 “인간적 도의가 있다. 박 의원은 독립유공자의 아들로 소중하게 살아오신 분이다. 게다가 1심에서 무죄가 났고 2심에서 판단이 바뀐 상황이다. 김 의원이 점잖은 척하면서 인신공격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 또 다시 박지원 의원이 국감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상대편에 앉아 있는 의원 중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분이 있다. 그분도 검찰 국감에 참석했지만 새정치연합에서는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정치적인 주장을 펼치면 얼굴 마주보며 국감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춘석 의원이 말한 새누리당 의원은 이병석 의원으로, 현재 포스코 그룹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비방전은 갈수록 강도가 세졌다.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이 이상민 위원장에게 박지원 의원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달라고 하자,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처음 문제제기한 김진태 의원의 이력을 거론했다. 전 의원은 “우리 당이 2012년 김진태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서울고법에 재정신청했을 당시 김 의원은 서울고법 국감에 참석했다”며 김 의원의 문제제기가 스스로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진태 의원이 “재정신청은 무혐의 결정 난 사건에 불복해 문제제기하는 것으로, 존경하는 박지원 의원이 기소돼 재판 받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판사 출신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재정신청도 엄연한 재판이다. 구체적인 사건 계류와 똑같다”고 다시 반박했다.
양쪽의 난타전이 거듭될수록 “야당 의원들 자제가 놀러 가서 있었던 일들 알면서도 다 참고 있다”(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영어의 몸이 된 사람(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의원)은 꽃다발까지 받아가면서 법원을 맹비난했다”(이한성 새누리당 의원) “김진태 의원은 재정신청된 상태에서 서울고법 국감에 나와 호통을 얼마나 쳤는지 모른다”(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 등 서로를 헐뜯는 말이 난무했다.
언쟁이 과열되자 결국 이상민 위원장은 국정감사를 중단했다. 결국 대법원 현안에 대한 질문은 시작도 못했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국감을 준비한 대법원 관계자들은 오전 내내 멀뚱멀뚱 양쪽의 설전을 지켜보다 자리를 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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