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에스티엑스(STX)그룹 강덕수(64) 전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14일 강 전 회장에게 “1심에서 유죄로 판단했던 에스티엑스 조선해양의 회계분식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다”며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강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주요 혐의가 무죄로 선고돼 석방됐다. 1심에서 역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홍경진(63) 전 에스티엑스 조선해양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변용희 전 최고재무책임자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이웅형 전 경영기획본부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김노식 전 재무담당 임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권병옥 경영관리본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1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이희범(66)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게는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강 전 회장은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하고 2843억원의 계열사 자산을 부당한 방법으로 개인회사에 지원하는 한편 55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
1심에선 강 전 회장의 58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했으나, 항소심에선 강 전 회장이 회계 담당자들과 공모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검찰은 에스티엑스 조선해양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뒤 환율이 급격히 상승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회계분식을 했다고 했지만, 강 전 회장은 이에 대해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재무담당 임원 김씨는 모든 내용을 강 전 회장에게 구체적인 보고를 한 바가 없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푸른색 수의를 벗고 양복으로 갈아입은 강 전 회장은 오후 3시께 기자들과 만나 “기업을 운영하다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사건에 연루돼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강 전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0년 만에 2003년 에스티엑스그룹 회장까지 올라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기도 했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