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복사본은 대통령기록물로 인정안해
박관천은 뇌물 등 혐의 인정 징역7년
검찰 “기본 판례와 배치…즉각 항소”
박관천은 뇌물 등 혐의 인정 징역7년
검찰 “기본 판례와 배치…즉각 항소”
박근혜 대통령 측근인 정윤회씨의 동향을 보고한 청와대 문건(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이 당시 유출된 문건들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검찰은 무리한 기소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대통령 기록물 해당 안 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는 15일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동향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들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이지(EG) 회장 쪽에 건넨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된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회장 쪽에 건넨 문서가 원본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의 원본이 기록관에 보존되면 이 법의 입법 목적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모든 추가 출력본이나 복사본 등 기록물 생산과 보고 과정에서 만들어진 모든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처벌한다면, 지나치게 법을 확장·유추하는 해석으로 죄형 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 문건’을 제외한 나머지 16건의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 특별감찰 직무범위 안에서 이뤄졌고 박지만 회장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통보하는 취지가 ‘조치건의’ 문구 등으로 기재돼 있어 비서실장에게 보고가 이뤄진 상황이라면 법령에 의한 직무수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박관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에 대해선 ‘정윤회 문건’을 조 전 비서관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문건이 공개될 경우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 기능이 위협받게 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논란이 일어난 지난해 “찌라시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경정은 유흥업소 주인한테서 성매매업소 단속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괴 6개를 받아 별건으로 기소된 혐의(뇌물)가 유죄로 인정돼 형량이 징역 7년, 추징금 4340만원까지 늘었다.
■ 검찰의 ‘무리한 기소’ 뒷말
가장 중요한 쟁점인 대통령기록물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이 애초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문건을 보고 외워서 옮겨 적은 것이나 녹음 파일 등도 모두 다 처벌 가능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는 지난 2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72)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58)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회의록이 대통령의 수정 지시가 내려진 초본에 불과해 ‘생산이 완료된 문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날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1심 판결은 복사문서가 원본과 같이 인정되고 보호되는 기존 판례와 배치되고, 원본만 대통령기록물이어서 30년 동안 비공개되고, 같은 내용의 복사본이나 추가 출력본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유출이 되어도 괜찮다는 논리여서 관련 법률의 입법 취지와 법현실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서영지 정환봉 기자 yj@hani.co.kr
‘정윤회 문건’ 사건 일지
박관천(48) 경정.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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