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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당신이 판사라면 ‘캣맘 사망 사건’ 판결 어떻게?

등록 2015-10-16 20:31수정 2015-10-16 23:04

‘캣맘‘ 벽돌 사망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 사건 현장 주변에서 피해자들이 돌보던 고양이 가족이 누군가가 놓아둔 먹이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캣맘‘ 벽돌 사망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 사건 현장 주변에서 피해자들이 돌보던 고양이 가족이 누군가가 놓아둔 먹이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낙하실험’으로 벽돌을 떨어뜨렸고, 부모는 몰랐다고 합니다. 지난 며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캣맘 사망 사건’의 용의자가 만 10살짜리 초등학생으로 알려지면서 타오르던 분노 위로 ‘허탈함이 더해져 마음이 더 착잡해지고 있습니다.

아무개군이 형사미성년자여서 형사 처벌이 어렵고, 부모가 피해자 쪽과 민사 합의를 해야 한다는 등의 보도가 16일 오전부터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 아홉살이라서 어떠한 처벌도 불가능하다는 추가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포털에는 나이를 무시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성토 댓글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판사들이 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걸까요? 언론에 등장하는 ‘촉법소년’, ‘보호처분’ 등 이해하기 힘든 단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촉법소년이란?

소년법 제4조는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 소년이 저지른 형법 저촉 행위를 ‘보호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호사건의 대상을 일컫는 ‘촉법소년’이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법은 이밖에 형법을 저촉하지 않아도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등의 행동을 하는 이 또래 소년들도 보호사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개군이 만 10살 촉법소년으로 밝혀진다면 형법 제9조에 따라 형법이 정한 징역, 금고, 벌금 등의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대신 소년법 제32조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게 됩니다. 만약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 9살 미만이라면 형사처분은 물론 보호처분도 받지 않습니다.

■보호사건의 접수와 조사

보호사건은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가 접수하며, 법원은 금고형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가 발견되어 형사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건을 검찰로 송치합니다. 만 19살 이상의 형사사건이 형사처분 필요성과 무관하게 검찰로 송치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호사건의 조사는 의학·심리학·교육학·사회학 등 다양한 전문 지식을 활용해 소년과 보호자 등 주변인의 품행·경력·가정상황 등 ‘환경 요건’을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판사는 조사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감호’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촉법소년에 대한 감호는 보호자·병원·요양소 등 3개월, 소년분류심사원 1개월까지 가능하며, 판사는 필요에 따라 이 기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소년분류심사원 감호는 형사범의 구속수사와 비교할만한데, 현재 국내 소년분류심사원은 안양에 위치한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이 유일하며 그 밖의 지역은 소년원이 업무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보호사건의 재판

보호사건 심리는 조사관, 보호자, 보조인이 출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집니다. 판사가 인정한 경우 예외로 법정에 입장할 수도 있지만, 아무 연고가 없는 일반인이 소년범의 재판을 참관할 방법은 없습니다. 조사관, 보호자, 보조인은 법정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판사는 필요한 경우 사건 본인의 퇴장을 명령할 수도 있습니다.

소년법 제19조에 따라 판사는 송치서와 조사관의 보고서를 검토해 사안이 가벼운 것으로 판단되면 심리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법정에서 소년과 보호자에게 훈계를 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번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아무개군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소년법 32조는 보호처분의 종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1호처분 : 만 10살 이상, 6개월 보호자 또는 대리인의 감호 위탁, 6개월 연장 가능, 2·3호 처분과 병행 가능

 -2호처분 : 만 12살 이상, 100시간 이내 수강명령

 -3호처분 : 만 14살 이상, 200시간 이내 사회봉사명령

 -4호처분 : 만 10살 이상, 1년 미만 단기간 보호관찰

 -5호처분 : 만 10살 이상, 2년 미만 장기간 보호관찰, 1년까지 연장 가능

 -6호처분 : 만 10살 이상, 6개월 소년복지시설 위탁, 6개월 연장 가능

 -7호처분 : 만 10살 이상, 6개월 병원, 요양소, 소년의료보호시설 감호 위탁, 6개월 연장 가능

 -8호처분 : 만 10살 이상, 최대 1개월 단기 소년원 송치

 -9호처분 : 만 10살 이상, 최대 6개월 단기간 소년원 송치

-10호처분 : 만 12살 이상, 최대 2년 장기간 소년원 송치

 ※4·5호 처분의 보호관찰은 전국 12개 보호관찰소와 6개 지소에서 담당, 보호관찰관은 관찰 대상자의 특정시간대 외출을 제한하는 등의 조처 가능

아무개군의 나이가 만 10살이라면 신체 자유를 가장 강하게 제한하는 10호 처분과 교육 성격의 2·3호 처분을 제외한 일곱 가지 처분의 대상이 됩니다. 만약 일부 언론 보도처럼 만 9살로 밝혀진다면 모든 처분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부모와 함께 연대해서 피해자 쪽에 치러야 하는 민사 책임만이 나이와 무관할 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10살짜리 어린이의 죗값을 따져야 하는 판사라면 7개의 처분 중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무리 판사의 권한이 막강하다 하지만 ‘법에서 정하지 않은 벌’을 만들어서 내리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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