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용오 전 회장 오늘 조사…총수 소환 사전포석
총수 일가 비자금 조성·이자대납 ‘실무자’ 간주
“박진원씨 등 진술 신빙성 없다” 지시선 찾는데 총력
두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용만 부회장과 박용성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이자 대납 등에 관여한 계열사 사장들은 물론, 일부 총수 일가도 사실상 ‘실무자’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손기호)는 12일 조사한 박용성 회장의 큰 아들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와 앞서 조사한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에 대해 “책임자인지 실무자인지 최종적인 판단은 나중에 하겠다”고 13일 말했다. 박진원씨와 박용욱씨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전달받은 사실 등은 시인했지만 “박용성 회장이나 박용만 부회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검찰은 이런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비자금 조성과 총수 일가의 이자 대납을 누가 지시하고, 비자금을 어디에 썼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방적 진술에 의지해서 수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용성 회장의 비자금을 박진원씨가 관리했고, 박용만 부회장은 동생인 박용욱씨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박용오 전 회장 쪽의 주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비자금 조성 등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난 세계물류는 두산그룹의 물류 운송을 맡고, 동현엔지니어링은 두산그룹의 건물관리를 맡고 있다. 모두 두산그룹에서 임원을 지낸 이들이 경영해 왔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임원을 하다가 밀리거나 물러나야 할 때가 되면 방계 위장 계열사로 내려 보내 체면을 유지하게 배려해 준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하청업체와 거래금액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총수 일가에게 전달했다. 넵스도 하청업체와의 거짓거래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업체의 성격이나 비자금 조성 수법에 공통점이 있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을 받는 곳이 두산그룹 전략기획본부다. 전략기획본부는 삼성그룹의 구조조정본부처럼 그룹 경영을 총괄한다. 박용만 부회장은 1995년 12월부터 기획조정실장을 맡다 98년 9월부터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로 지난해 말까지 그룹 경영을 해왔다. 박용오 전 회장 쪽은 “그룹의 중요 사항을 박용만 부회장이 박용성 회장에게 보고하고 서로 의논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박용오 전 회장을 14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박용욱씨와 박진원씨를 이미 불러 조사하고, 박용만 부회장과 박용성 회장을 부르기 전에 진정인 겸 피고발인인 박용오 전 회장을 부르는 것은 검찰의 칼끝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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