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올바른 역사교과서’ 광고 영상 갈무리
‘현행 교과서에 유관순 열사 없다’ 교육부 홍보 논란에
한 역사강사 “초등교과서에서 모두 소화” 반박글 화제
한 역사강사 “초등교과서에서 모두 소화” 반박글 화제
교육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홍보하면서 현행 역사 교과서에 유관순 열사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호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역사 강사가 교육부 주장에 반박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교육부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유튜브 계정에 동영상 ‘유관순 열사편’( ▶ 바로 가기 : [교육부] 올바른 역사교과서 - 유관순 열사편 )을 올려 현행 역사 교과서에 유관순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이에 대해 인문학 단체 ‘깊은 계단’의 대표이자 역사를 가르치는 강사인 심용환씨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화 찌라시 청소 대작전 3탄 - 유관순 열사 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교육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교육부] 올바른 역사교과서 - 유관순 열사편
글을 보면, 심씨는 우선 현행 8종에 이르는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에 ‘유관순’에 대한 서술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서술이 없는 이유에 대해 “초등 교과에서 모두 소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심씨는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역사 편을 보면 유관순 누나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되어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초급에도 인물 문제로 꽤 자주 출제가 된다”며 “사실 이조차도 큰 의미가 없는 게 박물관에 가거나 하다못해 학교 자료실에 가더라도 상식과 가까운 유관순 누나 이야기는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유관순 누나 이야기가 없을까?”라고 반문하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하기, 빼기, 나누기, 곱하기 같은 사칙연산이 왜 고등학교 수학교과서나 정석에 없냐고 따지는 꼴이다. 정말 유치하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심씨는 이어 “수많은 유관순들이 함께 목 놓아 외쳤던 3·1 운동의 역사와 의미, 그로 인해 가능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탄생! 고등학생이라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 유관순 누나? 아니다. 수많은 유관순들이 이루어냈던 3·1 운동의 가치와 임시정부의 의미를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심씨는 “유관순 누나가 없다는 지적을 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이 문제를 제기한 집단은 뉴라이트 계열 혹은 극우라고 불리는 묘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강조하는 역사관에서는 3·1 운동과 이를 계승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을 부정하며 오직 1948년 건국된 대한민국만이 정통 정부라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그들이 유관순 누나를 들먹인다? 유관순 누나에 대한 모욕이고,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씨는 21일 오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역사책은 인물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상을 설명하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검정 교과서에) 유관순 열사의 행적은 자세히 서술돼 있지 않지만 유관순 열사가 꿈꿨던 희망과 간절함은 너무나 잘 서술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완구, 엄항석, 김약연이라는 분들은 평생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인데, 수많은 독립운동가 분들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서 심씨는 지난 15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 계정에 ‘한국사 교과서 유언비어를 반박하는 13가지’, ‘심용환 국정화 찌라시 청소 대작전’( ▶ 바로 가기 ) 등의 글을 올려 누리꾼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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