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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장 고충에 육아 과정까지…주부의 70년 일기, 역사가 되다

등록 2015-10-21 18:55수정 2015-10-22 10:46

임영자씨, 국가기록원에 56권 기증
시대상 엿볼수 있어…22일부터 전시
해방 이듬해인 1946년 11월24~25일. 어김없이 김장철이었다. 24살 새색시는 (아마도) 북에서 남으로 이주까지 했던 탓에 사는 맛도 마냥 달진 않았을 법하다. “양념이 모잘려 다시 장만해 하느려고 이틀에 걸쳐서 김장을 햇다. ?이 모잘려 몃번이나 옴겨넨는지 하도 남쪽으로 나려와 북선(북한)과는 기후가 달러 이러케 하면 시어진다, 저것 네면 시어진다 국물을 해도 안된다 하니 처음에는 정신이 다 어벙해지드만 여기서는 그냥 막 짜게 맵게 안하면 시어져 못 먹는게 되는 모양이라…”

전날 여인은 만주에서 농사짓던 한 노인의 방문을 받고, 직접 시부모를 봉양해야겠다는 고민으로 또 하루를 마감했다.

어느 날은 “참 큰일 낫군. 게집애 낫다고 나를 (…) 차부나?”라고 들리지도 않을 지청구도 해보았다.

올해 아흔세살이 된 임영자씨.
올해 아흔세살이 된 임영자씨.
올해 아흔세살이 된 임영자(1922년생·서울 용산구)씨가 해방 이듬해부터 거의 매일 써온 일기의 일부(원문 그대로 인용함)들이다. 한자가 섞인 세로쓰기 일기엔 경희, 경자 등 아이를 키우는 과정과 공부를 더 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 등이 깨알처럼 담겼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해 최근까지 쓴 56권의 일기가 스스로에겐 또하나의 반려자가, 이 사회엔 시대상 그대로의 ‘블로그’가 되는 셈이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임영자씨의 일기를 포함해 90여명의 개인, 단체로부터 기증받은 22만여점의 기록물 가운데 270여점을 22일 성남시 서울기록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나의 삶과 기록, 역사가 되다’가 주제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초대 원장의 일지,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인터뷰, 1954~55년께 주한미군이 컬러 사진에 담은 서울 풍경 등을 함께 만날 수 있다. 1956년 방송된 <청실홍실> 프로그램 등 한국방송작가협회의 방송 대본과 파독 노동자들의 개인소장 기록물 등은 특별코너에 꾸며진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기록물 기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하며 ‘개인의 기록이 모여 우리의 역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기증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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