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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잠실’ 앞세운 지역 이기주의?…‘신천역’ 왜 ‘잠실새내역’이 됐나

등록 2015-10-22 17:06수정 2015-10-23 08:41

[뉴스 AS]
‘잠실새내역’ ‘잠실역’ ‘잠실나루역’
서울 2호선에 ‘잠실’만 세 차례 등장

‘이기주의’ 비판론 vs ‘신촌역과 혼란’ 당위론
신천역 역명 변경 둘러싼 사실 관계 짚어보니…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의 이름이 ‘잠실새내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시 지명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역명 변경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서울 지하철 2호선에는 ‘잠실’이라는 이름이 세 차례 연속해서 등장합니다. ‘잠실새내역’, ‘잠실역’, ‘잠실나루역’입니다. 이번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잠실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론과 ‘타지 승객이 혼란스러워했던 것은 사실’이라는 당위론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뉴스AS에서 사실 관계를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 성내역은 성내동이 아니라 신천동에 있었다

먼저 유사한 논란의 역사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대표적인 역이 바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성내역’입니다. 성내역의 ‘성내’는 올림픽공원을 지나 잠실나루역 가까운 곳에서 한강과 만나는 성내천에서 따온 것입니다. 성내역과 멀지 않은 곳에 강동구 성내동이라는 지역명이 따로 있었지만, 지하철 5호선과 8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성내역이 성내동을 비롯한 강동구의 대중교통 중심 역할을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짜 성내동’을 끼고 서울 지하철 5호선 천호역, 강동역과 둔촌동역이 들어서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지하철만으로 성내동에 가려는 외지 승객들의 불만에 송파구는 역 이름을 바꿔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고, 2010년 서울시가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성내역은 ‘잠실나루역’으로 이름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이름이 바뀐 가장 유명한 사례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시흥역’입니다. 시흥역이 있던 금천구 시흥동은 과거 경기도 시흥군의 중심지였습니다. 따라서 이름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행정구역 개편이 거듭되면서 시흥동이 시흥시와 너무 멀어진 게 문제였습니다. 승객들의 혼란과 항의 때문에 역 안에는 “경기도 시흥시로 가는 승객은 목적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는 안내문을 붙여야 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시흥역은 곧 ‘금천구청역’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 신촌과 신천, 헷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신천역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12년 송파구의회는 신천역의 이름을 ‘신잠실역’으로 바꾸는 내용의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역 이름을 바꿔달라는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성내역과 마찬가지로 신천역과 신천동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과거 성내역으로 불렸던 잠실나루역이 있는 잠실4동의 법정동명이 신천동입니다.

다른 하나는 외지인이 같은 2호선에 있는 신촌역과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2000년 문화관광부 고시로 로마자 표기법이 바뀌기 전까지 신촌역과 신천역의 표기는 각각 ‘Sinchon’과 ’Sinchŏn’이었습니다. 송파구의회는 더 나아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서 외국인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이 찾게 될 잠실지역의 신천역명을 2호선 신촌역으로 착각하는 불편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3년 ‘이미 잠실역과 잠실나루역이 있어 혼동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으로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2014년 지역 정치인과 주민 대표 등으로 구성된 ‘송파을 지역 발전위원회’는 역 이름을 신잠실역 또는 잠실새내역으로 바꿔달라고 다시 건의합니다. 결국 지난 19일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신천역의 이름을 잠실새내역으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같은 동명이 지하철역 이름에 세 차례 쓰인 사례는 잠실이 처음은 아닙니다. 7호선 반포역과 9호선 구반포역, 신반포역의 이름이 유래한 서초구 반포동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노선 3개의 역에 연달아 등장하는 동명은 잠실이 처음입니다. 또한 구반포역과 신반포역은 지하철이 개통되기 한참 전부터 그렇게 불렸던 동네에 들어선 역입니다.

 

■ 하나둘 사라지는 과거의 흔적들

송파구 신천동(잠실4동)과 2호선 신천역의 이름은 모두 잠실섬 북쪽을 흐르던 신천강에서 비롯됐습니다. 성내천과 만나는 신천강 상류가 있는 동네와 신천강 남쪽에 세워진 역의 이름에다 신천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역명이 잠실새내역으로 바뀌면서 엄연히 역사 속에 존재하던 신천강이라는 이름은 완벽히 지워졌습니다. 탄천이나 성내천처럼 강으로 불리지 못하는 근처의 좁은 물길도 오늘날까지 유유히 흐르고 있는데, 강으로 불릴 정도의 물길이 역사 속에서 지워지게 된 까닭은 1973년 ‘잠실지구 종합 개발계획 사업’ 때문입니다. 넓은 송파강을 막고 좁은 신천강을 넓혀 물줄기를 하나로 합친 결과 잠실섬은 잠실이 되어 지금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신천강은 자리와 이름을 모두 한강에 빼앗기고 잊혀지게 됐습니다.

잠실이라는 이름을 부각시키기 위해 송파구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지만, ‘지하철 이용자의 편의’를 들어 역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쓰인 이름에 담긴 역사적 맥락도 기억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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