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세월호 관련 집회를 불허한 근거로 제시한 주민의 집회 금지 탄원서에 대해 법원이 실제 탄원서로 보기 어렵다며 집회 금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집회 장소 주변 주민들이 탄원서를 냈다는 이유로, 관행적으로 집회를 불허해온 경찰의 처분에 제동을 건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는 김아무개씨가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6월7일 종로경찰서에 3일 뒤인 10일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입구 앞 인도에서 100명이 참가하는 ‘세월호 진상규명 및 참사 추모제’를 열겠다고 집회 신고를 했다. 하지만 종로경찰서는 “인도 주변은 주거지역에 해당해 집회를 개최할 경우 주민들의 사생활의 평온에 현저한 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 또 근처 주민과 자영업자들로부터 집회, 시위로부터 보호요청서, 탄원서 및 서명부를 제출받았다”며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재판부는 “인도 바로 맞은편은 주택가이기 때문에 음향장비를 이용한 집회는 주민 사생활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도 근처 주민들이 집회로부터 보호를 요청했다는 경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월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근처 주민들이 지난해 6월 제출한 탄원서와 연명부를 분실했다. 사건 직후인 같은 해 10월 주민들로부터 동일한 내용의 탄원서와 연명부를 다시 제출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4차 변론 직후인 지난 7월 분실한 연명부 등을 발견했다고 말을 바꾸고 이를 증거로 다시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증거는 연명부라는 제목 아래 인근 주민 80명의 인적사항과 서명이 차례대로 기재된 것에 불과해 집회와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또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종로경찰서 관할 내 집회금지 요청서, 탄원서 등 민원서류가 접수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집회 금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