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싸움 첫 법정 심리
28일 서울중앙지법 358호는 롯데그룹 일가의 경영권 싸움을 구경 나온 이들로 가득했다. 당사자인 오너 일가는 출석하지 않았지만, 양쪽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감정 섞인 말까지 주고받으며 격하게 대립했다.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61)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회계장부를 열람하고 등사하게 해달라”며 이원준 롯데쇼핑 공동대표를 상대로 낸 가처분 사건의 첫 공판이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조용현) 심리로 열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상법상 하자가 있다.”(신동빈 쪽)
“주주 자격으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기 때문에 하자가 없다.”(신동주 쪽)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신동빈 회장 쪽(롯데쇼핑)과 신동주 전 부회장 쪽 대리인들은 롯데쇼핑의 소송 수행자를 누구로 해야 하는지를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부는 롯데쇼핑 쪽 의견을 받아들여 신동주 전 부회장 쪽에 소송 수행자를 감사로 바꾸도록 했고, 신 총괄회장에 대한 부분은 분리해서 다음에 심문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의 중국사업을 포함한 해외사업은 총체적 난국 상태다. (롯데쇼핑이) 무모하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신동주 쪽)
“이런 주장은 롯데가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전환을 저지하고, 신동빈 회장 경영성과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다. 중국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은 다수의 유통업체 진출로 경쟁이 격화되고, 중국의 부정부패 척결 등으로 내수가 침체됐기 때문이다.”(신동빈 쪽)
신격호·신동주 부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양헌 변호사들은 신동빈 회장의 중국 진출 사업의 부실 문제를 거론하며 맹렬히 공격했다. 신 회장을 대리하는 김앤장 변호사들도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해 적극적으로 반격했다.
“신 회장 쪽의 답변서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현재 회사의 대표이사이므로 언제든 모든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그럼 당장 서류를 가져다주겠다는 뜻인지 설명해주길 바란다.”(신동주 쪽)
“소송 수행자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신동빈 쪽)
양쪽의 격한 공방이 오간 이날 공판은 1시간여 이어졌다. 재판부는 신격호·신동주 부자 쪽에 열람을 원하는 회계장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공방이 치열하고, 검토할 자료가 많다”며 5주 뒤인 12월2일 다시 심문하기로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쪽이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은 가처분신청을 포함해 총 3건이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국내 법원에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의 이사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일본 법원에는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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