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린 ‘유서대필 조작사건’에서 24년 만에 무죄를 받은 강기훈씨가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3일 밝혔다.
‘유서대필 조작사건 국가배상청구 공동대리인단’은 이날 강씨를 포함한 가족 6명이 국가와 당시 강신욱 서울중앙지검 강력장, 신상규 강력부 수석검사, 필적감정을 한 김형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을 공동피고로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강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 사망한 부모의 배상액 상속분 등 20억원에 아내, 형제, 자녀 등 위자료를 합해 총 31억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 24년간 강씨와 가족이 당한 고통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고, 강씨는 현재 간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무죄 판결 뒤 6개월이 다되도록 가해자 중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재야단체 동료의 유서를 대신 써주며 자살을 방조했다는 누명을 쓴 강씨에게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이들은 소장에서 이 사건의 본질이 단순한 ‘직무상 과실’이 아니고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유린한 ‘조작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론을 정해놓은 꿰맞추기 수사 △강씨에 대한 폭행, 협박, 모욕,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 진술거부권 침해, 가족 등 면회 기회 차단 등 피의자의 기본적 방어권 침해 △허위 필적감정과 중요한 필적자료의 은폐 △강씨의 가족 등 제3자에 대한 위법수사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진 검찰의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대리인단인 송상교 변호사는 “형사보상 절차는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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