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강찬우 대검 공보관이 “강정구 교수에 대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근 기자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면서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퇴함에 따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야당과 보수세력은 천 장관에 대해서도 해임 건의나 동반사퇴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14일 오후 5시10분, 강찬우 대검 공보관을 통해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지만 수사지휘는 부당하다”고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사퇴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김 총장은 퇴근 무렵 사직서를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총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검찰 안에서는 “총장이 자리를 걸만큼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나가고 엉뚱한 사람이 총장으로 오면 오히려 조직이 망한다”는 ‘신중론’도 있었지만 결국 총장의 사의를 물리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대검의 고위간부들이 총장 사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검찰 직접 수사 뒤 영장 청구 여부 결정안’을 제시했으나 총장의 사의가 워낙 강경했다”고 털어놨다. 김 총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은 장관의 수사지휘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든 지도력의 심대한 훼손을 입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사상 초유의 ‘수사지휘’에 무릎을 꿇은 총장으로서 ‘조직 보호’를 위해 총장 사퇴를 요구해온 많은 검사들의 ‘식물 총장’으로 남을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오후 총장이 사의가 알려지기 전 상당수 검사들은 총장에 대한 직설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김 총장의 사의에는 최초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천 장관에게도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검찰 고위 간부들은 온건론을 폈으나 일선에서는 강경론이 대세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의 수사지휘가 부당하다는 검찰의 항의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사퇴만 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일선 청의 의견수렴 결과, ‘수용하지 않고 사퇴하지도 않는다’는 극단적인 안도 나왔지만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보장한 현행법을 어긴다는 점에서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의 사퇴에 따라 이제 검찰에서의 관심은 차기 총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차기 총장이 누구냐에 따라 천 장관과 검찰의 관계가 새로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더라도 민주노동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그럴 경우 천 장관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총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후 검찰은 천 장관의 의도가 좀더 많이 반영되는 체제로 갈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차기 총장 후보군은 사시 17회에서 형성되고 있다. 정상명 대검 차장, 안대희 서울고검장, 임승관 부산지검장, 이종백 서울지검장 등이다. 이 가운데 이 지검장은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사건으로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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