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검찰총장 사표 파장
김종빈 총장의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총장은 14일 오후 5시10분, 강찬우 대검 공보관을 통해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지만 수사지휘는 부당하다”고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사퇴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저 거취 문제를 녾고 “힘들어한다”는 정도의 전언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김 총장은 부속실 직원을 통해 퇴근 무렵 사직서를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참모들이 자신의 사퇴를 만류할까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전격적으로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수사지휘권 발동 다음날인 13일 오전까지만 해도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오는 등 낙관적인 전망이 주조였다. 같은 날 정상명 차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총장직도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총장직을 걸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마지못한 수용’ 검사들 강한 반발에 선회
대검 참모들과 한마디 상의없이 전격 제출 그러나 이날 오후부터 일선 검사들의 ‘조직 보호를 위한 총장 사퇴’라는 강경한 요구들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검찰 고위 간부들은 온건론을 폈으나 일선에서는 강경론이 대세를 이뤘고, 수용을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13일 저녁부터는 “총장이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검 고위 간부들은 13일 오후부터 총장의 사퇴 의사가 굳건해지자 ‘검찰 직접 수사 뒤 영장청구 여부 결정안’으로 총장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다시 한번 영장청구 여부를 판단해 보자는 일종의 ‘미봉책’이었다. 대검 관계자는 “직접 수사 뒤 결정 방안은 처음부터 제기됐기는 하지만 너무 비겁하다는 반대가 많아 밀렸던 의견”이라며 “총장의 사의가 워낙 강경해 다시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이 방법도 총장의 사퇴를 막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최종적으로 사퇴를 결심한 것은 장관의 수사지휘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든 지도력이 심각히 훼손됐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사상 초유의 ‘수사지휘’에 무릎을 꿇은 총장으로서 총장 사퇴를 요구해온 많은 검사들을 지휘하기도 힘든 ‘식물 총장’으로 남을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14일 오후 총장의 “지휘권 수용” 발표 뒤 사의가 알려지기 전 상당수 검사들은 총장에 대한 직설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의를 표명하고 퇴근시간 전에 검찰청사를 빠져나간 김 총장은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런 상황에서 조직을 어떻게 추스르겠나. 할일을 다한 만큼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고 최 의원은 전했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대검 참모들과 한마디 상의없이 전격 제출 그러나 이날 오후부터 일선 검사들의 ‘조직 보호를 위한 총장 사퇴’라는 강경한 요구들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검찰 고위 간부들은 온건론을 폈으나 일선에서는 강경론이 대세를 이뤘고, 수용을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13일 저녁부터는 “총장이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검 고위 간부들은 13일 오후부터 총장의 사퇴 의사가 굳건해지자 ‘검찰 직접 수사 뒤 영장청구 여부 결정안’으로 총장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다시 한번 영장청구 여부를 판단해 보자는 일종의 ‘미봉책’이었다. 대검 관계자는 “직접 수사 뒤 결정 방안은 처음부터 제기됐기는 하지만 너무 비겁하다는 반대가 많아 밀렸던 의견”이라며 “총장의 사의가 워낙 강경해 다시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이 방법도 총장의 사퇴를 막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최종적으로 사퇴를 결심한 것은 장관의 수사지휘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든 지도력이 심각히 훼손됐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사상 초유의 ‘수사지휘’에 무릎을 꿇은 총장으로서 총장 사퇴를 요구해온 많은 검사들을 지휘하기도 힘든 ‘식물 총장’으로 남을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14일 오후 총장의 “지휘권 수용” 발표 뒤 사의가 알려지기 전 상당수 검사들은 총장에 대한 직설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의를 표명하고 퇴근시간 전에 검찰청사를 빠져나간 김 총장은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런 상황에서 조직을 어떻게 추스르겠나. 할일을 다한 만큼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고 최 의원은 전했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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