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 유사·중복 복지 정비사업에 대해 ‘복지 축소 시도’라며 사회복지계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이 사업을 의결한 사회보장위원회(이하 위원회)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발의해 개정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2013년 출범한 사회보장정책 최고 심의기구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이전까지 우리 복지제도는 중앙과 지자체 간, 또 각 부처와 부서 간에 칸막이를 높이 세우고 제각각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데도 현장의 복지 체감도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 비효율성이 발생했다”며 “이런 복지정책의 중복과 누락을 조정 통합해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지난 8월 회의에서 지자체의 1496개 사업(9997억원)이 유사중복성이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 방안’을 의결했으며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오는 27일까지 각 지자체에 정비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신설·변경 사회보장 조정제도’와 관련된 위원회와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 제도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고,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위원회에서 신설·변경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제도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 뒤 “지자체가 사회보장사업 신설·변경 예산 요구 시 복지부와의 협의 내용·결과를 첨부하도록 ‘예산편성 지침’을 개정하고, 신설·변경 협의 결과 미이행 시 지방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복지 후퇴 저지 특별대책위원회’(가칭)는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위원회의 권한 강화는 지방자치제도의 권한에 대한 침해는 물론 나아가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자체 중복 복지 정비사업에 대해선 “645만명의 복지수혜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비사업을 충분한 검토나 준비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 방안의 근거로 삼은 용역보고서조차도 ‘동일 대상에 대한 완전히 동일한 목적, 동일한 수단을 의미하는 중복사업은 발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각 지역 사회복지단체들의 연대 모임인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 중복 복지 정비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관련 부처 장관과 사회복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 위원들과 일선 복지현장 종사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서울시가 추진중인 ‘청년지원수당’ 정책에 대해 “위원회와 협의·조정 없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한다”고 지적해, 향후 이 정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의 충돌이 예상된다.
이창곤 최혜정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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