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상득 측근에 특혜 혐의 등”
주요 피의자들 모두 불구속 기소
이권 비리 포착 등 일부 성과속
‘청와대 하명수사 한계’ 지적 나와
주요 피의자들 모두 불구속 기소
이권 비리 포착 등 일부 성과속
‘청와대 하명수사 한계’ 지적 나와
검찰이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8개월 가까이 진행해온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3월13일부터 244일간 진행된 수사에서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포스코에서 노골적으로 이권을 챙기고 포스코 및 계열사 임원이 하청업체와 뒷거래를 하는 비리의 사슬이 드러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을 비롯해 이상득(80) 전 의원 등 주요 피의자들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청와대 의중에 따라 전 정권 사정 차원에서 시작된 수사가 변변한 결과 없이 마무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11일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이 소유한 하청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12억원 규모의 이익을 보게 하고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포스코에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게 한 혐의(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등)로 정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동화(61)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도 40억원 규모의 베트남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배임수재 등)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치권 및 포스코 경영진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포스코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도 이날 41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등)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수사 결과 정동화 전 부회장은 엠비 정부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55)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의 청탁을 받고 2011년 그의 지인을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 상무 자리에 취직시켜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부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2012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정준양 전 회장은 품귀현상을 빚었던 철강 자재를 거래업체인 코스틸에 특혜 납품해줬고, 이 회사 대표인 박아무개(59)씨는 정 전 회장의 처사촌동생 유아무개(68)씨를 고문으로 영입해 4억7200만원을 급여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500만원 안팎의 고급 와인 ‘로마네콩티’ 등을 정 전 회장에게 선물로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상득 전 의원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정준양 전 회장은 그 태생적 한계로 정권 실세의 부당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병석(63) 새누리당 의원의 측근이 포스코로부터 특혜 수주를 받은 의혹과 관련한 수사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수사 결과 발표 내용과 포스코 안팎의 진심 어린 조언을 수렴해 회사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일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 ‘하명’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가장 책임있는 사람들을 구속하지 못하고 그 밑에서 일한 사람들만 잔뜩 잡아넣은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간부는 “큰 기업일수록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잡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수많은 자료와 여러 피의자 진술 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 포스코건설, 동양종합건설 등 매출 규모가 수천억~수조원에 달하는 기업 여럿을 수사한 것이기 때문에 장기간 수사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정환봉 최현준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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