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법무부 등 5개부처 장차관 참석
“불법시위자 끝까지 추적 검거 사법조처”
“불법시위자 끝까지 추적 검거 사법조처”
정부가 14일 대규모 ‘민중 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부처 장·차관들을 동원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전날 강신명 경찰청장이 ‘차벽’ 설치를 공언한 데 이어, 이날 장·차관들은 집회에 참석하는 공무원과 교사, 노동자 등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혔다. 검찰도 대검 공안부장 주재로 유관기관 회의를 열었다.
교육부·법무부·행정자치부·농림축산식품부·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 장·차관들은 13일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1.14. 도심집회 관련 담화문’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등 53개 시민단체가 14일 서울광장 등지에서 최대 10만명이 참석하는 민중총궐기 대회를 여는데 대한 대응이다.
각 부처 장·차관은 이날 미리 써온 에이(A)4 용지 9장 분량의 담화문을 각각 나눠서 읽었다. 이들은 담화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일렬로 퇴장했다.
정부는 담화문 서두에서 “현재 추진중인 정책들에 관해 국민 여러분께 정확한 사실과 정부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했지만, 실제 내용은 집회 참여자들을 압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담화문 발표를 주관한 김현웅 법무장관은 “법이 정한 절차를 어기거나 다른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신속하고 단호하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불법 집단행동이나 폭력행위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드리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불법 시위를 조장·선동한 자나 극렬 폭력행위자는 끝까지 추적, 검거해 사법조처 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정자치부와 교육부는 공무원과 교사를 압박하는 데 주력했다. 정재근 행자부 차관은 “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준수해야 할 공무원들이 법령에서 금지하는 불법 집단행동을 한다면, 이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도전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는 법령상 처벌 대상이 되는 불법 행위를 주도하거나 가담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엄중 문책하는 한편, 형사 처벌을 위한 조처 또한 철저히 병행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말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교육부는 교육자로서 직무를 벗어난 행위에 대하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처할 계획임을 밝힌다”며 “더 이상 한국사 교과서 문제로 학교 현장이 분열되지 않도록 집단 행동을 자제해 주시고, 교육자로서 본연의 직무에 충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금 노동개혁을 완성하지 못하면 우리 아들·딸들은 고용 절벽을 맞아 모든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며 “이 중요한 시기에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외면한 채 ‘노동개혁 반대’만 외치며 정치 총파업까지 간다면 이는 실정법 위반”이라며 민주노총을 압박했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농업인 여러분께서는 바쁜 수확철인 만큼 정부를 믿고 생업에 매진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부처별 담화문 발표와 별개로 검찰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공안부장 주재로 유관기관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마친 뒤 검찰은 “합법적 집회·시위, 정부 정책 관련 건전한 비판 등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할 예정이지만, 도로점거, 경찰관 폭행, 공용물건손상 등 불법 집단행동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수사해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겨냥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결의 대회와 시국 선언을 감행하고 ‘연가투쟁’을 예고한 전교조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는 2명의 농민이 밀짚 모자를 쓴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농민들의 손에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집회방해 합동기자회견이냐 농민대회 보장 밥쌀 수입 중단”, “집회 방해책동 중단하라 농민이 가는 길이 정의의 길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이 들려있었다. 비를 맞으며 서 있던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정부와 정치인은 입만 열면 민생을 말한다. 바로 이곳에 농민과 국민, 학생들의 목소리가 있다. 국정교과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이곳에 있다. 정부는 살아있는 민생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집회를 방해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규모 집회 등을 앞두고 정부가 각 부처 합동 담화문을 낸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4번째다. 지난 4월24일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지난해 8월26일에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경제활성화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2013년 12월에는 6개 부처 장관들이 한국철도공사 노조 파업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냈다.
최현준 정환봉 김지훈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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