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투자펀드 론스타가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로부터 사업비용 정산분쟁에서 받지 못한 400여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엘에스에프-케이디아이씨(LSF-KDIC) 투자회사가 예금보험공사 자회사인 케이알앤씨(KR&C)를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 중재재판소 판정에 따라 미화 3369만달러(약 393억원)와 한화 21억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엘에스에프-케이디아이씨는 지난 2000년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론스타와 케이알앤씨가 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자산유동화 전문 법인이다. 다툼은 2002년~2003년 걸쳐 엘에스에프-케이디아이씨가 사들인 부산화물터미널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들은 터미널 부지를 주거지역으로 변경한 다음 이를 팔아 수익을 얻기로 했다. 엘에스에프-케이디아이씨는 케이알앤씨로부터 “매매대금 반환이유가 발생하면, 선급금을 반환한다”는 확약서를 받고 돈을 미리 지불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용도변경이 어려워지자 엘에스에프-케이디아이씨는 미리 건넨 선급금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케이알앤씨는 이를 거부했고, 사건은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로 넘어갔다. 국제중재재판소는 케이알앤씨가 부지 처리비용의 50%와 중재판정비, 원고쪽 변호사 비용까지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엘에스에프-케이디아이씨는 이 돈을 받기 위해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중재법상 중재판정 집행은 법원 판결을 받아야 가능하다.
1·2심은 “중재판정의 절차상 하자 등 케이알앤씨가 중재 집행을 거부할 사유가 있다”며 모두 케이알앤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주간 계약 당사자들이 분쟁을 합의로 해결하지 못하면 중재로 해결한다’는 론스타와 케이알앤씨, 엘에스에프-케이디아이씨 3자의 중재합의가 유효하다고 봤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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