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고법이 관련 재판이 진행중임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노조 아님) 통보처분의 효력을 사실상 인정한 대법원 결정을 뒤집고, 전교조가 낸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다시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한 가운데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됐다.
전교조의 효력정지 신청사건 파기환송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김명수)는 16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항소심 판결 선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2013년 10월 노동부가 해직 교직원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하자 전교조는 정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전교조가 1심에서 패소한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 행정7부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6월 “헌재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다는 전제로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정지 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됐다”며, 전교조의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고법(행정7부)의 결정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집행정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한 것을 의식한 듯,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해직교사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제2조가 위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다툴 만한 쟁점이 상당수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쟁점들은 본안소송에서 충실한 심리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합법노조의 지위를 잃을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 노조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의 조정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할 수 없게 되는 등 노조에 부여된 노조법상의 권리를 현실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조합원들도 다양한 법률적 분쟁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교조의 조합원이 6만명에 이르고, 효력정지 처분이 유지되는 경우 본안 소송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여러 학교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되면 학생들의 교육환경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번 결정을 주도한 김명수(56)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15기로 2009년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냈으며 2010년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맡아왔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퇴임한 민일영(60)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된 27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해직자 조합원 9명을 이유로 조합원이 6만명이나 되는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통째로 부정하는 정부의 결정이 얼마나 과도한 것인지 오늘 고법이 인정해준 셈”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고 전교조가 다시 합법노조 지위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교육부 쪽은 “법원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본안 판결 때까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전교조와의 교섭 재개 같은 문제는 (시국선언 징계 등) 위법적인 행동들이 정리돼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한 본사건의 항소심 결과가 주목된다. 이 사건은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황병하)가 맡고 있으며, 23일 결심을 거쳐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께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조 쪽은 “그동안 노동부가 핵심적으로 주장해왔던 주요 논리들이 이번 효력정지 결정에서 인정되지 않은 만큼, 본안 소송에서도 설득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어 “정부의 노동 탄압에 제동을 건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나아가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사건을 심리중인 본안 재판부 역시 정부가 전교조에 대해 행한 처분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판결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서영지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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