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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무실 내기도 힘들어…‘더부살이’ 변호사의 한숨

등록 2015-11-23 19:47수정 2015-11-24 10:02

점점 심해지는 ‘변호사 양극화’
지방대 로스쿨을 나온 이아무개(39·변호사시험 4기)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한 중소 법무법인에서 첫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력서를 80군데 정도 내서 붙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식으로 고용된 변호사가 아니라 ‘반고용 변호사’였다. 사무실 임대료를 안 내는 대신 그는 선배 변호사의 일을 먼저 처리해줘야 했다. 따로 받는 월급은 없었다. 오히려 관리비 등을 명목으로 한 달에 70만원을 냈다.

로스쿨 출신 새내기 변호사
선배사무실 쓰며 월급없이 도와
“되레 관리비 70만원씩 내며 일”

변호사 실무수습 6개월간
월급 한푼도 못받고 잘린 사례도

남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사건을 수임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새내기 변호사가 사건을 따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변호사는 “당시엔 수임능력이 없으니까 돈을 내면서 회사 일을 했는데, 정말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야근을 하지 않는 이상 내 일을 할 시간은 없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지난 6월 이 법무법인을 그만뒀다.

변호사 시장에 닥친 불황은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도 비켜가지 못한다. 5년차인 한 변호사는 “예전엔 상담건수가 하루에 1~2건 들어왔다면, 지금은 일주일에 2~3건 정도 들어온다. 500만원씩 받던 착수금도, 지금은 300만원도 받기 힘들다.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얼굴값으로 받는 수천만원의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들로서는 상상도 못한다”고 했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고 이들이 수임하는 월평균 사건이 1.9건으로까지 떨어지면서 전관 출신 변호사들과 일반 변호사들 사이에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가 전 직장 동료에게 전화를 건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는 ‘전화변론’을 하고,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대법원에 제출하는 상고심 의견서에 이름을 올리고 수천만원의 ‘도장값’을 받는다는 사실은 변호사업계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법무부 장관 취임 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간 17억원을 벌어들인 게 입방아에 올랐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그보다 더한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일반 변호사들 사이에선 ‘방 장사’도 성행하고 있다. 변호사단체 홈페이지에는 방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대신 사무공간과 사무직원을 공유하는 별산제 변호사를 모집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김아무개(29)씨는 “일반적으로 홀은 80만원, 사무실은 2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직접 사무실을 차리고 싶어도 직원 월급과 임대료로 한 달 유지비만 700만~800만원이 들기 때문에 엄두도 내기 힘들다”고 했다.

고용 변호사들이라도 임금 미지급이나 체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6개월간 의무적으로 실무수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을’인 처지다. 서울 소재 로스쿨 출신 한아무개(28·변호사시험 4기) 변호사는 “실무수습 변호사 중에서 월급을 안 받는 사람이 대다수다. 사실상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중소 법무법인은 3명을 수습 변호사로 채용해 무급으로 6개월간 일을 시키고 모두 떨어뜨린 일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청년 변호사들이 전관 변호사들을 보며 느끼는 좌절감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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