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에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강릉/연합뉴스
[뉴스AS] 1982년,1997년 슈퍼 엘니뇨 때 날씨 어땠나
‘엘니뇨’는 아메리카 대륙과 접하고 있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오르면서 생기는 기상 현상입니다. 이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으면 엘니뇨가 발생하는데, 올해는 무려 3.1도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이번 겨울 우리나라가 1982년과 1997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슈퍼 엘니뇨’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올겨울 강력한 엘니뇨 온다)
겨울 문턱에 들어선 11월 하순까지도 늦가을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이유도, 비 소식이 잦은 이유도 18년 만에 찾아온 슈퍼 엘니뇨의 영향이라는데요, 슈퍼 엘니뇨가 한반도를 찾았던 1982년과 1997년 겨울은 어떠했을까요? 기상청 서울 관측소 자료를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 1982년 11~12월 ‘무슨 장마도 아니고 24일이나 비가…’
올해 11월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관측소에서 ‘비’가 기록된 날은 열흘입니다. 올 7월에는 13일, 8월에는 10일 동안 비가 내렸다 하니 ‘장마만큼 비가 자주 온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11월6일부터 9일까지 주말을 끼고 4일 연속으로 비가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82년 11월에는 한 달 사이 무려 12일이나 비 또는 눈이 왔습니다. 특히 11월28일부터 12월2일까지 5일 동안 비가 이어졌고, 11월29일 단 하루 만에 평년 11월 총강수량을 뛰어넘는 60.3㎜나 되는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12월4일에도 19.8㎜의 적지 않은 비가 내렸으니 하루 빼고 일주일 동안 비가 온 셈입니다. 1982년 11월 서울 지방에 내린 비의 양은 164.8㎜로 평년의 3배를 웃돕니다.
1982년 12월 강수량도 평년의 2배를 뛰어넘었고 12일간 비가 왔습니다. 11월1일부터 연말까지 61일 동안 24일 동안 비나 눈이 온 셈입니다.
■ 1998년 2월 ‘이례적인 폭설’
기상청 자료 조사 결과 1997년 11월과 12월도 평년에 견줘 비가 많이, 자주 온 것으로 나타나지만 1982년처럼 하루 사이에 30㎜ 이상의 비가 내린 날은 없었습니다. 또한 두 달 사이 24일이나 비가 내렸던 1982년과 달리 11월에 8일, 12월에 6일 비가 내렸을 뿐입니다.
그러나 1998년 2월9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90년대 최대 폭설’이 기록됩니다(아래 기상청 이미지). 이날 하루 서울 관측소의 강수량은 8㎜에 불과하지만 실제 서울 시내의 적설량은 14.4㎝가량입니다.
기상청은 누리집 ‘기상백과’에서 이날 폭설을 예로 들면서 “겨울철에는 일반적으로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눈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례와 같이 겨울철에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눈이 내리는 형태는 드물다”고 설명합니다. 마치 여름철 국지성 집중호우를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날 눈은 오후부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기 시작해 단 몇 시간 만에 수도권의 퇴근길을 마비시켰습니다.
■ 큰 방향 알 수 있지만 자세한 예측 어려워
그런데 기상청의 ‘드물다’는 설명과 달리 2001년 2월15일 서울 15.6㎝, 대관령 98.2㎝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많은 눈을 내린 눈구름은 중국 남부에서 발생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생성된 것입니다. 2010년 1월4일 서울에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록인 25.8㎝의 눈을 뿌린 눈구름도 이런 식으로 생겨났습니다.
모두 엘니뇨의 영향을 받은 폭설인데요, 기상청은 2001년 폭설 전날 중부 지방의 적설량을 “2∼6㎝, 많은 곳은 10㎝가량”으로, 2010년 폭설 전날 서울 지방의 적설량을 “2~7㎝가량”으로 예보했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성에 대한 지적과 별개로 과거 ‘삼한사온’과 ‘한랭건조’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가 엘니뇨의 영향으로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슈퍼 엘니뇨가 찾아온 두 해의 기록에 기반을 둬 내놓은 ‘올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하고 눈비가 잦을 것’이라는 예측만큼은 크게 빗나가지 않을테니 부디 폭설로 인한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1998년 2월 9일 오후3시 위성 사진 합성영상. 기상청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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