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기아차공장 전경
광주형 일자리 모델 쟁점 토론
이날 발표·토론자들은 세계 자동차산업이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나 협력적 노사 관계를 기반으로 생산 혁신을 일구는 새로운 제조공장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을 현실화하려면 현대기아차그룹의 국내 투자 의지가 중요하며, 노동자들은 양보임금을 받아들여야 하는 등 여러 난제들이 있다.
새 자동차공장 설립엔 공감
현대차 국내 투자 의지 중요
정부는 R&D 세금감면 등 지원해야
전국차원의 사회적 협의구조도 필요 ■ 현대차 국내 투자, 불가능한가? 내수 시장 규모와 비용 절감 등 경제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국내 신규 투자를 결정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태주 교수는 정치경제적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대차는 10여년간 고속 성장에도 그 성과가 국내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므로, 국내 신규 투자는 수익의 ‘국내 환류’라는 의미가 있다. 또 친환경차를 생산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을 포함해 세금 감면과 보조금 등 다양한 국가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내 투자와 국가 지원간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대차의 국내 투자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이상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를 위해 국내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연봉 4천만원은 적정한가? 시범 공장의 적정 임금으로 제시된 4천만원에 대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반토막’ 임금이라는 우려를 하고, 사용자 쪽으로서는 너무 많을 수도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투자자를 유인하려면 완성차 생산직 임금 수준보다는 낮아야 한다. 그래도 일정한 생활 수준을 보장해야 하는데 1차 협력업체 신입사원 연봉이 3800만원임을 고려할 때 4천만원 수준은 적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동훈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단지 광주형 일자리의 임금이 (기존 기아차 광주공장보다 낮은) 4천만원이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와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비정규직을 쓰지 않는 대신 정규직을 고용하고 본사와 협력업체 간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수준, 즉 ‘사회적 연대임금’으로서 4천만원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지역에 위치한 두 개의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수천만원의 임금 격차가 존재할 경우 사회적 갈등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정임금 논쟁이 연대와 혁신의 시도라는 시범 공장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주기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장은 “임금 이야기가 나오면서 ‘반토막’이랄지, 별도법인인 만큼 비정규직 공장이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며 “생활 여건 전반을 논의한다면 임금도 이야기 못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빠지면 (현장 조합원들로부터)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노-사-민-정 사회적 합의 어떻게? 시범 공장을 만들어 임금·생산성·노사관계의 혁신을 추진하려면 ‘노조-사용자-민간-지방정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박태주 교수는 이런 논의에 앞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 현실화를 위한 협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며, 광주 지자체 차원의 노-사-민-정 협의회도 대화 주체가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결국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협의 과정에 들어와야 하며, 상당수 부품업체 노조가 속한 한국노총, 현대차 본사, 중앙정부 역시 협의 당사자로 나와야 한다”며 “광주를 축으로 하되 어떻게 전국 차원의 사회적 협의 구조를 갖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동훈 교수는 “금속노조 임금협약 구조에서 광주에서만 별동대처럼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광주에서 혁신을 실험하는 일정한 기간에는 금속노조 임금협약 구조에서 예외로 허용해 줄 수 있어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현대차 국내 투자 의지 중요
정부는 R&D 세금감면 등 지원해야
전국차원의 사회적 협의구조도 필요 ■ 현대차 국내 투자, 불가능한가? 내수 시장 규모와 비용 절감 등 경제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국내 신규 투자를 결정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태주 교수는 정치경제적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대차는 10여년간 고속 성장에도 그 성과가 국내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므로, 국내 신규 투자는 수익의 ‘국내 환류’라는 의미가 있다. 또 친환경차를 생산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을 포함해 세금 감면과 보조금 등 다양한 국가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내 투자와 국가 지원간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대차의 국내 투자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이상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를 위해 국내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연봉 4천만원은 적정한가? 시범 공장의 적정 임금으로 제시된 4천만원에 대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반토막’ 임금이라는 우려를 하고, 사용자 쪽으로서는 너무 많을 수도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투자자를 유인하려면 완성차 생산직 임금 수준보다는 낮아야 한다. 그래도 일정한 생활 수준을 보장해야 하는데 1차 협력업체 신입사원 연봉이 3800만원임을 고려할 때 4천만원 수준은 적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동훈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단지 광주형 일자리의 임금이 (기존 기아차 광주공장보다 낮은) 4천만원이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와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비정규직을 쓰지 않는 대신 정규직을 고용하고 본사와 협력업체 간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수준, 즉 ‘사회적 연대임금’으로서 4천만원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지역에 위치한 두 개의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수천만원의 임금 격차가 존재할 경우 사회적 갈등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정임금 논쟁이 연대와 혁신의 시도라는 시범 공장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주기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장은 “임금 이야기가 나오면서 ‘반토막’이랄지, 별도법인인 만큼 비정규직 공장이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며 “생활 여건 전반을 논의한다면 임금도 이야기 못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빠지면 (현장 조합원들로부터)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노-사-민-정 사회적 합의 어떻게? 시범 공장을 만들어 임금·생산성·노사관계의 혁신을 추진하려면 ‘노조-사용자-민간-지방정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박태주 교수는 이런 논의에 앞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 현실화를 위한 협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며, 광주 지자체 차원의 노-사-민-정 협의회도 대화 주체가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결국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협의 과정에 들어와야 하며, 상당수 부품업체 노조가 속한 한국노총, 현대차 본사, 중앙정부 역시 협의 당사자로 나와야 한다”며 “광주를 축으로 하되 어떻게 전국 차원의 사회적 협의 구조를 갖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동훈 교수는 “금속노조 임금협약 구조에서 광주에서만 별동대처럼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광주에서 혁신을 실험하는 일정한 기간에는 금속노조 임금협약 구조에서 예외로 허용해 줄 수 있어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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