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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헌법이 보장한 ‘집회복장의 자유’…두차례 무산된 법을 또 추진하나

등록 2015-11-25 19:31수정 2015-11-25 22:16

가톨릭농민회 등 농민단체가 연 집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가톨릭농민회 등 농민단체가 연 집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복면시위 금지해야” 박 대통령 발언, 사실 검증

여당 “불법시위때만 복면금지”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져
정갑윤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32명이 집회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25일 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복면시위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이다.

앞서 2006년과 2009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 이른바 복면금지법이 발의된 바 있지만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현행 헌법(제21조 1항)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 2003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구체화했다. “주최자는 집회의 대상, 목적, 장소 및 시간에 관하여,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 집회의 자유에 ‘복장의 자유’가 포함되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옷이나 마스크, 두건 등의 착용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는 점에서 위헌성 논란은 더욱 가중된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에스엔에스에 “이런 법안에 따르면 반전 시위에서 해골 마스크를 쓰는 것,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공적 인물을 표현하는 가면을 쓰는 것 등이 다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위헌성 논란을 의식해 복면금지법을 불법·폭력 시위에 한해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정갑윤 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권리는 평화적 의사표시를 전제로 한다. 평화적 시위는 복면 착용을 허용하고 불법·폭력 시위는 이를 금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재량으로 불법·폭력 시위 여부가 판단될 텐데, 매우 자의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적인 시위라도 정치적인 견해에 따라 복면 착용을 핑계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고,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도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특히 외국 사례를 들어 복면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갑윤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마스크 착용 금지 외국 사례 보고서’를 보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미국 일부 주 등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5개국이 집회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등이 비슷한 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 나라가 대체로 정치적 자유도가 높은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보면 미국(46위)과 프랑스(39위)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전체 180개 나라 가운데 상위 20위권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은 57위였다. 사회가 먼저 폭넓은 자유를 보장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에스엔에스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나라들은 표현(시위)의 자유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대통령이나 총리 사저, 의회 담벼락에 붙어서 시위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차벽을 설치하는 우리와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복면금지법이 미국의 케이케이케이(KKK)단이나 유럽의 신나치 등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복면시위를 막기 위해 유래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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