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학생이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47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동국대 교수들과 학생, 졸업생과 교직원 등이 동조 단식 등으로 이 학생을 응원하고 나서 동국대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47일 째 단식중인 김건중 학생. 한만수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재학생·졸업생·교직원 등 동조 단식
구성원 응원 속에 동국대 사태 확산
구성원 응원 속에 동국대 사태 확산
“42, 40, 40, 16, 10.
동국대 부총학생회장 김건중 42일.
예수 40일, 세월호 희생자 유민이 아빠 40일.
교수 김준 한만수 16일, 직원 김윤길 10일
이 숫자는 얼마나 늘어나야 할 것인가.”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이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동국대 학생이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47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동국대 교수들과 학생, 졸업생과 교직원 등이 동조 단식 등으로 이 학생을 응원하고 나서 동국대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는 3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동국대 부총학생회장 김건중군의 단식이 30일로 47일째를 맞았다. ‘제자 김건중 살리기에 힘을 모아달라”는 뜻으로 나도 21일째 동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이사장인 일면 스님은 불교 문화재인 흥국사 탱화 절도 의혹에 휩싸여 있다. 그가 흥국사 주지로 있을 때(1983년~90년대 중반) 1792년 작 흥국사 탱화 2점을 몰래 지인에게 줬다는 의혹이다. 그는 지난 8월 “(탱화는) 분실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분실 사실을 사전에 총무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출자가 일면 스님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은 논문 표절 논란에 휘말려 있다. 지난 2월 동국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보광 스님 논문 30건 가운데 2건 표절, 16편은 자기 표절’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보광 스님은 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하지만 동국대 이사회는 5월2일 보광 스님을 신임 총장으로 임명했다.( ▶ 관련 기사 : [토요판] 명진 스님 “조계종은 욕망의 집착에서 벗어나야” )
동국대 학생 2000여명은 지난 9월17일 학생총회를 열어 일면 스님과 보광 스님의 사퇴를 촉구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학생들은 △종단 개입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민주적 절차에 따른 총장 선거 재실시 △이사회 구조개편 등을 요구했다. 이후 학생들은 학생총회 의결안에 따라 총장인 보광 스님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스님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총학생회장은 대화에 나서지 않는 보광 스님의 태도에 자괴감을 느끼고, 학생 대표로 단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랜 단식으로 김 부총학생회장의 건강 악화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 대학 불교대학 졸업생과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총동문회 등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김건중 학생을 살려야 한다”며 “일면 스님과 보광 스님의 사퇴”를 촉구했다.
동국대 불교대학 졸업생들은 27일 성명서를 내어 “자비문중이라더니 생사람 굶기고 닭 벼슬에 집착하는 일면·보광 스님은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출가 승려가 세속적인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종단의 고위승려들이 부당하게 종립 학교 총장선출과정에 개입을 하고, 그 과정에서 △탱화절도 △논문표절 △간통 △룸싸롱이 딸린 모텔을 사유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 △도박 의혹 등 승려이사들의 부도덕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며 “닭 벼슬보다 못한 중벼슬을 움켜잡고 있는 것이 수행자의 모습이냐”고 비판했다.
앞서 23일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총동문회도 ‘동국대 사태 해결을 염원하는 대불련 총동문회의 호소문’을 냈다. 총동문회는 호소문에서 “생명가치를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불교 조계종의 종립대학 동국대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스님들의 부정과 범계 의혹으로 학생이 목숨을 건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현실이 절망스럽게 한다”며 “일면 스님이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시 이사직에서 사퇴하는 용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수와 교직원도 나섰다. 한만수 교수협의회장과 김준 비대위원은 일면 스님의 이사장 재임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난 10일부터 단식중이고, 교직원인 김윤길(대외협력관)씨도 15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의료진이 한국에서 20대가 40일 넘게 단식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며 “절대로 단식 50일을 넘기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이 당장이라도 입원해야 하는데, 본인 의지 때문에 강제로 입원을 시킬 수가 없어 안타깝다”며 “학생은 뼈가 드러나는 앙상한 얼굴에 반점이 올라왔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아주 힘든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일면 스님은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고 의혹을 키웠다. 무엇보다도 현직 이사장으로서 현 사태의 가장 커다란 책임이 있다. 당사자들이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이사를 지낸 미산 스님도 30일 오전 이사직을 사퇴하고 김 부총학생회장 단식 천막 인근에서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미산 스님은 호소문을 통해 “47일째 한 학생이 물과 소금으로만 연명하고 있지만 사태를 책임을 져야 할 누구도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도의 입장에서 서기 위해 동국대 이사직을 내려놓는다. 이 상황에서 나 하나의 단식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지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동국대 쪽은 뾰쪽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홍보실 관계자는 “총학생회와 뜻을 같이하는 교수님과 직원, 불교계 단체들이 모두 학생의 단식 중단을 원하고 있고, 학교도 같은 마음”이라며 “학생과 교수, 교직원의 단식 중단의 전제가 ‘스님들 퇴진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일면 스님의 입장을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30일 오후 5시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보광 스님 쪽에도 총장 비서실을 통해 해명을 요쳥했으나 이날 오후 5시까지 해명을 듣지 못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동국대 학생이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47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동국대 교수들과 학생, 졸업생과 교직원 등이 동조 단식 등으로 이 학생을 응원하고 나서 동국대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한만수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동국대 학생이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47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동국대 교수들과 학생, 졸업생과 교직원 등이 동조 단식 등으로 이 학생을 응원하고 나서 동국대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한만수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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