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11월14일 농민단체회원들이 서울 종로2가에서 ‘농민정책을 말살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다 죽었다’는 의미를 담은 ‘상여 시위’를 하고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에 앞서, 여야정협의체는 30일 상생을 위한 1조원의 기금 조성과 밭농업 고정직불금 단가 인상 등이 핵심인 ‘농어업 피해 보전 대책’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농어촌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이다. 여야정협의체는 에프티에이로 기업들이 얻게 될 이익의 일부를 농어촌에 나눠주는 방식의 ‘무역 이득 공유제’를 도입하는 대신, 민간기업과 공기업, 농·수협 등으로부터 자발적 기부를 받아 해마다 1천억원씩 10년간 모두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기존의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운영·관리를 맡아 농어민 자녀 장학금 지급, 농어촌 의료·문화 지원, 주거생활 개선, 농수산물 상품권 사업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해마다 목표로 한 기부액이 모이지 않을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할 것인지는 대책에 명시되지는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김학도 통상교섭실장은 “기부금의 7% 세액공제, 22% 법인세 손금산입(비용처리),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목표액에 미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농어업 피해 보전 대책은 여럿 제시됐지만 단기적인 처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장경호 부소장은 “한-중 에프티에이뿐 아니라 이미 발효된 다수의 에프티에이, 협상이 예정돼 있는 에프티에이까지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한 피해 분석이 필요한데, 이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종합적인 피해 분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만 어느 정도 주는 것은 제대로 된 대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공기업과 농·수협한테 기금을 받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기금 조성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부소장은 “공기업과 농·수협은 에프티에이와 상관이 없다. 결국 돈을 거둘 수 있는 기관들을 상대로 자발성을 내세워 기금을 조성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학 사업 등이 농어촌 기금의 적절한 사용처인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에프티에이가 발효될 때마다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농가 소득을 증대하고 경영을 안정시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듭 제기됐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는 “선진국들은 가정농에 대해선 일정한 가격 보전, 상업농의 경우엔 보험제도, 긴급한 재해 발생 때는 지원제도 등 세가지 축으로 안전망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제도가 내실이 없고, 쌀 이외 품목은 안전망마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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