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FTA 농어촌 상생기금’은 황당한 준조세일까요?

등록 2015-12-01 21:49수정 2015-12-01 22:09

1일 강원도 춘천시 서면 배추밭에서 농민이 가격 하락으로 출하 시기를 놓친 배추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1일 강원도 춘천시 서면 배추밭에서 농민이 가격 하락으로 출하 시기를 놓친 배추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친풀뉴스 한-중 FTA 피해대책 기금 논란
11월의 마지막 날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협정의 내용이나 영향보다 보완책에 포함된 ‘농어촌 상생기금 조성’을 둘러싼 논란이 큽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득을 보는 기업 등으로부터 자발적 기부를 받아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피해를 보는 농어촌을 지원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일부 언론은 ‘알아서 내라는 1조 기금’(조선일보), ‘1조 준조세…황당한 FTA’(동아일보)라는 1면 기사로 이를 비판했고, “법적 근거 없는 기금 부담, 조폭 문화와 다를 바 없어”(문화일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등장했습니다.

알려진 대로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가장 큰 혜택은 수출 대기업에 돌아가고, 가장 큰 피해는 농어촌이 입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대기업들이 기금을 만들어 농어민을 돕는 게 그리도 나쁜 것일까요? 상생기금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이 문제를 따져보겠습니다.

4년전부터 ‘피해 대책’ 논의

4년 전인 2011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래 정부는 1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습니다. 무역장벽이 낮춰지면서 수출 대기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시장을 내줘야 했던 농어민들은 피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니 직접 이득을 얻는 쪽에서 뭔가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무역이득공유제’입니다.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중 1%를 ‘농어촌부흥세’로 적립해 영세 소농의 운영·생활자금, 담보력이 부족한 후계 농업경영인의 소액 창업자금,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농어촌 사회적기업 육성 기금’ 등으로 활용하자”(유근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는 제안이 대표적입니다. 국회에서도 자유무역협정 체결국과 거래하는 과세표준 1000억원 이상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의 10%를 농어촌특별세로 납부하도록 하는 농어촌특별세법 개정안(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표발의)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연간 5천억 무역수지 개선

하지만 업계와 정부는 이를 결사반대했습니다. 개별 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더 벌어들인 수익을 계산해낼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한석호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이득공유제라는 아이디어와 이론은 좋지만, 실행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안은 자발적인 기금 마련이다. 대신 기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무역이득공유제를 둘러싼 양쪽의 대립 속에서 타협책으로 탄생한 게 상생기금인 셈입니다.

예로부터 타협안의 숙명은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는 것입니다. 일부 언론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기업들에서 갹출하는 준조세가 아니냐고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역이득공유제도, 상생기금도 그 자체로 완벽한 제도는 아닙니다. 기부금을 걷어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이 방법론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처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농어촌을 돕기 위해 타협책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상생기금이 준조세처럼 운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면 될 일이지 처음부터 작정하고 마녀사냥을 벌일 일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대통령 눈치에 군말 없이 청년희망펀드에 수백억~수십억원씩 낸 게 누구인지, 이때는 왜 침묵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겠습니다.)

대통령 눈치에 수백억씩 내더니…

농어민들로서도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덕분에 무역수지가 1년 평균 5000억원(4억5000만달러)씩 늘어나는데 1000억원은 적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금이란 게 세금보다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무역이득공유제를 입법화해 세금을 걷어 특별회계를 만들면, 정부가 농업 지원 예산을 그만큼 줄이는 방식으로 장난을 칠 수”(윤태진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전문위원) 있기 때문입니다.

이순혁 기자
이순혁 기자
이처럼 자유무역협정은 당사자 간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국익 증대’라는 명분 속에서 한쪽은 이득을 보고, 다른 한쪽은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럴 때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매우 어려운 질문이지만, 손 놓고 방관하는 것이 답은 아닐 것입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