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프로그램 경진대회 대상 수상자 총장상 거부 화제
“단 한명의 이사도 사퇴 약속 이행하지 않고 있다” 비판
“단 한명의 이사도 사퇴 약속 이행하지 않고 있다” 비판
“뻔뻔하게 총장직에 앉아 계신 보광 스님이 주시는 상 따위 절대 받지 않겠습니다.”
동국대 교내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학생이 사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이사진과 총장 보광 스님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수상을 거부해 화제다.
동국대 재학생 이지환(정치외교학과 4학년)씨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격 없는 총장이 주는 상, 받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띄워 ‘동국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대상 수상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씨는 “지난 3일 수많은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 이사진 총사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지만, 이 글을 쓰는 9일까지 단 한 명의 이사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보광 스님은 처음부터 사퇴할 의도가 없었다. 시간 끌기를 통해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치졸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상에 입상해 기뻤지만, 동기와 선배가 목숨 걸고 퇴진을 외쳐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사람이 주는 상이어서 수상 거부를 결심했다”며 “주변의 많은 선후배, 친구들이 지난 1년간 종단 횡포에 맞서 싸우며 큰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입었다. 그동안 나는 학업을 핑계로 ‘응원한다, 고생한다’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나마 학우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전했다. 그러고는 “모든 이사와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응원하고 행동하겠다. 학우들도 이사들과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관심을 갖고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지난달 27일 동국대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서 인문사회계열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이날 오후 2시에 시상식을 앞두고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김건중 동국대 부총학생회장은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비웃겠지만, 행동하는 양심이 우리들의 지성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에서 ‘대상’이라는 수상 기록과 상금까지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제 친구는 신념과 양심에 따랐다. 이런 동기를 둔 게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남겼다.
앞서,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 3일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일면 스님을 비롯한 이사 10명이 모두 사퇴하기로 결의했다. (▶관련기사 : 동국대 이사진 사퇴 결의…분규 해결 실마리)
동국대는 지난해 말부터 ‘종단이 대학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논란 때문에 학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이사장에 일면 스님, 총장에 보광 스님이 임명됐는데 이들을 반대하는 교수와 학생·교직원 등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퇴를 주장해왔다.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이 50일 동안 단식을 한 것을 비롯해, 한만수 교수협의회장은 22일 동안 단식을 했고,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45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동국대학교 학생들이 11월3일 오후 서울 동국대에서 동국대 이사장 일면 스님과 총장 보광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본관 앞에 모여 학교 쪽에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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