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문제점 뭐기에
사법시험(사시) 존치 주장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적잖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데 터잡고 있다. 학비가 비싸고, 학생 선발 과정이 불투명하며, 졸업하더라도 배경이 있어야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시 존치가 로스쿨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지적한다.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국립대 1050만원, 사립대 2070만원이다. 생활비를 포함하면 3년간 적게는 6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든다. 수험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웬만한 경제력 없이는 뛰어들기 어렵다. 그러나 사시 역시 비용이 만만찮다.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사시 비용을 연 1600만원으로 추산한다. 물가를 고려하면 학원비와 독서실비, 생활비 등 적어도 월 100만원 이상 들 수 있다. 문제는 사시 합격률이 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시 평균 합격 기간인 4.79년을 감안하면 총 76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사실상 로스쿨과 사시의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로스쿨 고비용 구조는 사시 존치가 아닌 장학금 제도나 소수자 전형 확대 등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나 로스쿨들은 점점 장학금을 줄여가고 있다. 교육부 집계를 보면, 전국 25개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률(등록금 총액에서 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로스쿨 도입 초기인 2010년 43.5%에서 지난해 1학기 36.6%로 떨어졌다.
비싼 등록금
장학금 제도·소수자 전형 확대를 ‘현대판 음서제’ 논란
면접·시험 성적 공개 등 투명하게 4년제 나와야 입학
예비변호사 시험 등 다른길 터줘야 로스쿨 선발 과정의 불투명함은 ‘현대판 음서제’ 논란의 핵심이다. 특히 객관적 평가인 법학적성시험(LEET)의 변별력이 낮고, 주관적 평가인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수·사회지도층 자식이 특혜 선발됐다’는 등 공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30대 이상 합격자 수가 매우 적다는 것도 로스쿨 선발의 불공정성을 보여주는 간접증거로 제시된다. 로스쿨 쪽은 전체 시험의 면접 비중이 10~20%에 불과하고 ‘블라인드 방식’으로 치러진다고 반박한다. 로펌 등에 취직할 때 실력보다 학벌·부모의 배경 등이 작용한다는 문제 제기도 잇따른다. 대형 로펌에 재직하는 한 변호사는 “학벌과 부모의 배경 등은 사건 수임 등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딸도 한 대기업에 청탁성 취업을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시 존치가 아닌 변호사 시험 성적과 석차를 공개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변호사 시험은 성적과 석차가 모두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올해 6월 헌법재판소가 변호사 시험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법무부는 내년 시험부터는 성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로스쿨이 4년제 대학을 나와야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 등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다. 사시 존치론을 주장하는 쪽은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헌재의 판단은 2012년 이미 나온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로스쿨은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전문법조인을 기르는 것으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예비 변호사 시험 도입 등 법조인이 되기 위한 다른 통로를 만들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사시 4년 추가 존치’ 입장을 밝힌 뒤 하루 만인 지난 4일 “계속 검토해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다음 아직까지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관련영상 : 임은정 검사, 사시 존치 vs 로스쿨 논란
장학금 제도·소수자 전형 확대를 ‘현대판 음서제’ 논란
면접·시험 성적 공개 등 투명하게 4년제 나와야 입학
예비변호사 시험 등 다른길 터줘야 로스쿨 선발 과정의 불투명함은 ‘현대판 음서제’ 논란의 핵심이다. 특히 객관적 평가인 법학적성시험(LEET)의 변별력이 낮고, 주관적 평가인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수·사회지도층 자식이 특혜 선발됐다’는 등 공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30대 이상 합격자 수가 매우 적다는 것도 로스쿨 선발의 불공정성을 보여주는 간접증거로 제시된다. 로스쿨 쪽은 전체 시험의 면접 비중이 10~20%에 불과하고 ‘블라인드 방식’으로 치러진다고 반박한다. 로펌 등에 취직할 때 실력보다 학벌·부모의 배경 등이 작용한다는 문제 제기도 잇따른다. 대형 로펌에 재직하는 한 변호사는 “학벌과 부모의 배경 등은 사건 수임 등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딸도 한 대기업에 청탁성 취업을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시 존치가 아닌 변호사 시험 성적과 석차를 공개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변호사 시험은 성적과 석차가 모두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올해 6월 헌법재판소가 변호사 시험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법무부는 내년 시험부터는 성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로스쿨이 4년제 대학을 나와야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 등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다. 사시 존치론을 주장하는 쪽은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헌재의 판단은 2012년 이미 나온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로스쿨은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전문법조인을 기르는 것으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예비 변호사 시험 도입 등 법조인이 되기 위한 다른 통로를 만들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사시 4년 추가 존치’ 입장을 밝힌 뒤 하루 만인 지난 4일 “계속 검토해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다음 아직까지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관련영상 : 임은정 검사, 사시 존치 vs 로스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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