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성진 사장이 공개한 독일 가전제품 판매점 내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의혹 당시 동영상 화면.
독일 최대 가전 박람회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성진 엘지전자 사장(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윤승은)는 11일 “삼성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사실이 모두 증명되지 않았다”며 삼성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재물손괴 등)로 기소된 조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한기 상무와 삼성 제품 자체의 문제로 세탁기가 파손됐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한 전아무개 홍보담당 전무에게도 역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삼성 쪽은 조 전 사장 일행이 다녀간 직후 세탁기가 파손됐다고 하지만, 이를 목격한 직원들의 최초 진술서는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작성됐고, 사건 당시 구체적인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이런 증언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조 사장 등이 1시간20분 정도 박람회에 머물렀지만, 삼성 쪽은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게다가 조 사장이 세탁기를 만지는 영상은 제출됐지만, 세탁기 파손을 발견하는 영상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다른 사람이 세탁기를 파손했을 가능성도 배척하기 힘들다”고 했다. 지난 달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사장은 고의적으로 삼성전자 세탁기를 부쉈다”며, 조 사장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조 상무에게는 벌금 300만원, 전 전무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조 사장과 조 상무는 지난해 9월3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에서 삼성 세탁기의 도어 연결부를 부순 혐의를 받았다. 또 조 사장과 전 전무는 사건 발생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허위사실을 담았다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세탁기 파손 분쟁, 디스플레이 특허 분쟁 등 현재 진행 중인 쌍방간 법적인 분쟁을 끝내기로 엘지 쪽과 합의했고 삼성전자는 법원에 고소취소·처벌불원서를 냈지만 검찰은 공소 취소는 어렵다고 해 재판은 계속 진행됐다. 명예훼손죄는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지만, 재물손괴죄나 업무방해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련 없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