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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분당 학원서 큰 불…“선생님들은 우리 대피 시키고 마지막에 나왔어요”

등록 2015-12-13 13:58수정 2015-12-13 21:43

11일 오후 8시 18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13층짜리 상가건물 1층에서 불이 나 건물에 있던 25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1시간여 만에 화재를 모두 진압했다. 2015.12.11 분당주민 페이스북 (성남=연합뉴스)
11일 오후 8시 18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13층짜리 상가건물 1층에서 불이 나 건물에 있던 25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1시간여 만에 화재를 모두 진압했다. 2015.12.11 분당주민 페이스북 (성남=연합뉴스)
‘분당 화재’ 인명피해 막은 학원강사들 차분한 대응 화제
적신 휴지·손전등 이용해 학생들 침착하게 대피시켜
경기도 성남시 ‘분당 학원 건물 화재’ 사건은 주말 밤 대도시 중심가에서 일어난 큰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대형 참사로 번지지 않았다. 불이 날 당시 건물 2층 학원에서는 고교생 300여명이 수업 중이었으나, 학원 강사들의 주도로 침착한 대피가 이뤄졌고 온전한 방화시설 덕에 아찔한 상황을 피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이 난 건물은 전체 면적 1만5977㎡ 12층짜리 규모다. 1층에 카페와 주차장, 2층에 학원, 3~5층에 사무실, 6~12층에 설계회사가 각각 입주해 있다. 화재 당시 2층 학원에서는 17개 교실마다 학급당 10~20명씩 수업을 받고 있었다.

불이 나자 이 학원 강사들은 교실마다 보관하고 있던 손전등과 휴대전화 불빛으로 계단을 비췄고, 학생들은 무사히 지하 4층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한꺼번에 인원이 몰리자 일부 강사와 학생들은 옥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당시 강사 17명은 저마다 역할을 나눠 건물 곳곳에서 휴대전화 등으로 상황을 수시로 주고받으며 신속하게 대응했다.

11일 오후 8시 18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13층짜리 상가건물 1층에서 불이 나 건물에 있던 25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1시간여 만에 화재를 모두 진압했다. 2015.12.11 사진 김원병씨 제공 (성남=연합뉴스)
11일 오후 8시 18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13층짜리 상가건물 1층에서 불이 나 건물에 있던 25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1시간여 만에 화재를 모두 진압했다. 2015.12.11 사진 김원병씨 제공 (성남=연합뉴스)
화염을 맨 처음 본 이 학원 공상태(38) 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길을 보자마자 일단 복도로 나가 다른 교사와 학생들에게 들리도록 ‘불이야’라고 외친뒤 교실로 돌아와 학생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로 한 공 강사는 화장실로 들어가 휴지에 물을 묻혀 학생들이 입과 코를 막은 채로 이동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당소방서 관계자는 “학원 강사들과 학생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조직적이고 차분하게 대처해 화를 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층 비상구 쪽에는 불길이 번져, 나갈 수가 없자, 일부는 옥상으로, 일부는 지하로 내려갔다. 다행히 지하 1층 주차장 쪽 비상구는 아직 불이 번지지 않았다. 강사들은 침착하고도 신속하게 학생들을 데리고 지하 1층 주차장을 통해 건물을빠져나갔다. 옥상으로 올라간 강사와 학생들은 옥상 문이 잠겨 있어 다시 지하 1층으로 내려와야 했다. 지하 4층까지 내려간 무리도 다시 지하 1층으로 올라왔다. 그 사이 학생들은 우왕좌왕했지만, 강사들은 학생들을 안정시키고 다시 퇴로를 찾아 지하 1층 탈출구로 향했다. 연기 탓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고,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지도 모를 불안한 상태였지만, 강사들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이렇게 학생과 강사까지 모두 3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두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김승환 강사를 포함 강사 4명과 학생 1명은 혹여 남아 있을지 모를 학생들을 찾기 위해 끝까지 2층 학원에 남았다.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고, 인명검색을 하던 중 이들과 마주쳤다. 그 상황에서도 마지막 남은 강사들은 “우리는 괜찮으니 다른 교실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소방관이 “아무도 없으니 탈출하라”고 하자 그제야 마음을 놓은 마지막 5명은 2층 창문을 통해 소방 사다리차를 타고 탈출했다. 결국 김승환 강사는 마지막까지 연기를 마신 탓에 아직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분당보건소 관계자는 “이날 밤 11시가 됐을 무렵 그을음으로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남성 3명이 인근 분당 차병원 응급실에 들어왔는데, 확인결과 학원 강사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병원에 보낸 뒤 가장 늦게 병원을 찾은 것이다. 이처럼 강사와 학생들의 차분한 대처로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했다.

소방당국의 신속한 출동과 진화작업, 방화문도 한몫을 해냈다. 불이 난 건물은 올해 초 대형 화재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부른 의정부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1층을 주차용 공간으로 비워둔 이른바 ‘필로티’ 구조다. 일부 외벽 역시 의정부 화재 건물과 같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됐다. 이는 건물 외벽에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를 붙이는 공법인데, 불에 잘 타는 취약점이 있다. 때문에 의정부 화재사건처럼 건물 모두 외벽이 곧바로 화염에 휩싸였다. 의정부 화재 때는 주차장과 외벽으로 번진 불에서 나온 유독 연기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고 주민들이 이를 들이마셔 목숨을 잃거나 호흡기 손상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불이 난 분당 학원 건물은 주차장 공간에서 상가로 이어지는 통로에 방화문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었고 두 방화문 모두 제대로 닫혀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건물 외벽에는 무섭게 불꽃이 일었지만 연기가 건물 안으로 빠르게 확산되지는 않았다. 또 의정부 화재 때에는 소방차가 신고 후 6분만에 현장 인근에 도착했음에도, 좁은 도로와 불법 주차된 차량 탓에 도착 후 10여 분이 지나고서야 진화작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분당 건물은 대로변에 위치한 덕에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곧바로 진화에 나설 수 있었다. 또한, 옆 건물과 거리가 60㎝밖에 되지 않은 의정부 화재때와 달리 분당 화재 건물의 이격거리는 1m가 넘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경기 분당의 학원상가에서 발생한 화재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감식이 12일 화재 현장인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상가건물에서 이뤄졌다. 합동감식에는 경기경찰 과학수사계와 국과수,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이 참여했다. 2015.12.12 사진 경기경찰 제공 (성남=연합뉴스)
경기 분당의 학원상가에서 발생한 화재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감식이 12일 화재 현장인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상가건물에서 이뤄졌다. 합동감식에는 경기경찰 과학수사계와 국과수,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이 참여했다. 2015.12.12 사진 경기경찰 제공 (성남=연합뉴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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