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운당 정영채씨
서예가 운당 정영채씨 초서전
“오늘날 서예계에는 손목이나 팔목 힘만으로 글씨를 쓰는 습관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어깨를 매달듯이 팔꿈치를 세우고 온몸의 기운을 모아 쓰는 ‘현완법’(懸腕法)은 조선 말까지 가장 핵심적인 서법이었지만, 추사 김정희 선생 이후로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15일까지 서울 삼청동 한벽원미술관에서 초서 글씨 전시회를 열고 있는 서예가 운당 정영채(77)씨는 19세기 추사까지 전승되어 왔던 정통서법 현완법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2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직접 현완법의 자세를 실연해 보여주면서 열정 넘치는 지론을 펼쳤다.
전남 화순 출신인 그는 어릴 적부터 호남지역 글씨의 대가로 이름 높았던 고당 김규태 문하에서 공부하며 평생 현완법을 연구해왔다. 생애 첫 전시인 이번 초서전에서 그는 현완법으로 완성했다는 고전 행초서 글씨 작품 80여점과 정통 현완법을 소개하는 최초의 소논문, 현완법의 요체를 담은 추사의 글 <추사필결>번역문을 실은 도록을 함께 선보였다.
그는 1950년대 호남 화단의 거장인 의재 허백련의 광주 자택에서 ‘추사필결’을 보면서 현완법과 필생의 인연을 맺었다. ‘추사필결’을 묵묵히 읽고 연습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평생 현완법의 경지를 탐구해왔다. 경기도 과천의 서실에서 현완법을 전수중인 정씨는 “쉽고 효율적인 글씨 쓰기만을 중시하는 지금 서예계의 쇄신을 위해서는 추사가 남긴 고래의 정통서법을 다시금 재조명하고 새롭게 재해석하려는 노력과 성의가 필요하다”며 교재도 펴내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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