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배임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가 끝난 뒤 휠체어를 탄 채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재판부 “재벌 총수라도 법 경시하면 엄중 처벌”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신병 치료를 위한 구속집행정지 기간 중이어서 법정구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는 15일 이재현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횡령과 탈세가 주된 양형요소이고,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가 된 배임은 양형요소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며 징역 2년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구체적인 배임액을 산정할 수 없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의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 회장에게 형법의 배임죄를 적용했다.
배임죄를 가중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경가법의 해당 조항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징역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반면 형법의 배임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재판부는 “재벌 총수라고 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개인 이익을 위해 조세를 포탈하면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법질서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형집행과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내년 3월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가 돼 있어서 집행정지의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다만 형이 확정되면 법무부가 형을 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657억원의 탈세·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다. 해외 특수목적법인·국내 차명계좌·비자금 조성을 이용한 조세포탈(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 비자금 조성 및 급여 조작으로 해외 법인자금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일본 건물 2채 구입 시 일본 법인에 연대보증을 서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를 받았다.
이에 1심은 검찰 공소사실 중 1342억원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법정구속이 되진 않았다. 반면 항소심은 회사 자금으로 부외자금 603억원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아 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형량도 징역3년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횡령, 배임 등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배임액을 산정할 수 없으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파기 환송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이 회장의 변호인 쪽은 “예상치 않은 결과에 당혹스럽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좋은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 대법원에 재상고해 형법상 배임죄에 대해 무죄를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횡령 배임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가 끝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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