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에서 언론 탄압에 저항했던 ‘동아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동아투위) 소속 해직 기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처음으로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재판장 신광렬)는 지난 11일 권근술(74)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등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박정희 정권은 1974년 1월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언론을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대통령긴급조치 1호를 공포·시행했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 소속 언론인들이 반발하자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는 그해 12월 동아일보의 광고주 등을 불러 광고해약 압력을 가했다. 동아일보 경영진은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 저항하는 기자들 49명을 해임하고, 84명을 무기정직했다. 권씨 등도 이때 무기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10월 동아일보 사태를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동아일보 해직기자 등 134명은 2009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배상청구의 시효가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4명에 대해서는 시효 소멸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일부 파기 환송했다.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생활지원금을 수령했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이들이 해임됐다”면서 “국가는 이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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