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 전 서울지국장이 17일 오후 1심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법원 “대통령 개인 비방 목적 있다고 보기 어렵다”
명예훼손 혐의 기소된 가토 전 지국장에 무죄 선고
명예훼손 혐의 기소된 가토 전 지국장에 무죄 선고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 보좌관인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49)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청와대를 의식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제동을 거는 한편, 언론의 자유를 보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는 17일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판단할 때는 언론 자유의 가치를 우위에 두고 심사해야 한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가토가 칼럼에서 언급한 내용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통화목록과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검토한 결과 “정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토가 박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 내용이 거짓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비방 목적으로 기사를 썼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공적지위를 고려하면 공인의 명예훼손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개인으로서의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더라도 비방 목적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토 전 지국장이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세월호 침몰 당일 대통령이지 여성으로서 개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칼럼의 전반부 상당은 국회 회의록 등을 인용하거나 정치상황에 대해 평가한 점을 보면 이 사실이 허위라고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검찰은 ‘무리한 기소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가토를 불구속 기소했을 때 ‘청와대의 의중을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검찰이 박 대통령의 처벌 의사를 확인한 뒤 기소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 뒤 외신들과 국제 언론단체는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외신기자클럽은 김진태 검찰총장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번 기소 결정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한국 언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기자연맹(IFJ)도 “언론 자유는 사회의 초석인 만큼 기자와 언론을 탄압하는 한국 정부의 시도는 한국사회와 국제적 관계를 손상시킬 것이다. 언론 자유를 존중하고 기소를 철회해야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해 8월 최보식 <조선일보> 기자의 칼럼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을 썼다가 국내 보수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검찰은 그를 세 차례 불러 조사한 뒤 지난해 10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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