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17일 오후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5.12.17 (서울=연합뉴스)
산케이 지국장 무죄 판결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 관련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49)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게 17일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검찰은 ‘무리한 기소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언론탄압 논란과 외교적 파장을 불러올 게 뻔한데도 청와대를 의식해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기소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8월 가토 전 지국장이 최보식 <조선일보> 기자의 칼럼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청와대가 “민형사상 책임을 강력히 끝까지 묻겠다”고 발표하자 검찰은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을 꾸렸고, 보수단체의 고발이 들어오자마자 가토 전 지국장을 출국금지하는 등 초고속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박 대통령의 “모독” 발언 뒤
전담 수사팀 꾸리고 속도전 외교부 “일본쪽 선처 요청
법무부에 전달” 뒤늦게 생색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조사를 다 마치고도 기소유예와 불구속 기소를 두고 막판까지 저울질하다 불구속 기소로 결론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당시 검찰의 기소는 박 대통령의 ‘처벌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이 휴일 전날 저녁 기습적으로 기소한 것도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 기소 뒤 언론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외신기자클럽은 검찰의 기소 직후 김진태 전 검찰총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번 기소 결정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한국 언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기소가 유무죄와 상관없이 언론과 일반 국민들에게 심리적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판부가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공적 사안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토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면 세계 인권기구들 사이에서 유력한 인권침해 사례로 기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가토 전 지국장 재판과 관련해 “일본 쪽의 선처 요청을 법무부에 최근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국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무죄로 결론난 터에, 마치 정부가 이번 판결에 도움을 준 듯 뒤늦게 생색내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영지 이제훈 기자 yj@hani.co.kr
전담 수사팀 꾸리고 속도전 외교부 “일본쪽 선처 요청
법무부에 전달” 뒤늦게 생색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조사를 다 마치고도 기소유예와 불구속 기소를 두고 막판까지 저울질하다 불구속 기소로 결론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당시 검찰의 기소는 박 대통령의 ‘처벌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이 휴일 전날 저녁 기습적으로 기소한 것도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 기소 뒤 언론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외신기자클럽은 검찰의 기소 직후 김진태 전 검찰총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번 기소 결정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한국 언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기소가 유무죄와 상관없이 언론과 일반 국민들에게 심리적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판부가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공적 사안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토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면 세계 인권기구들 사이에서 유력한 인권침해 사례로 기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가토 전 지국장 재판과 관련해 “일본 쪽의 선처 요청을 법무부에 최근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국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무죄로 결론난 터에, 마치 정부가 이번 판결에 도움을 준 듯 뒤늦게 생색내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영지 이제훈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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