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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42억 파워블로거 사기극 주범, 항소심서 바뀐 이유는?

등록 2015-12-25 13:52수정 2015-12-25 20:05

작은 거짓말로 시작됐다가 42억원의 사기 사건으로 마무리된 ‘파워블로거’ 사기극의 주범이 항소심에서 바뀌었다.

대학을 중퇴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박아무개(23)씨는 2013년 5월 어머니에게 30만원짜리 화장품을 선물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취직을 못하고 있는 딸이 비싼 선물을 하는 것이 걱정스러워 “힘들게 번 돈으로 화장품을 선물하느냐”고 물었다. 박씨는 “파워블로거라 제품 홍보를 해주고 업체로부터 협찬받은 물건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42억 사기극을 불러온 첫 번째 거짓말이었다. 박씨는 2013년 5월7일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긴 했지만 이듬해 8월27일까지 박씨가 쓴 글은 10개밖에 되지 않았다. 방문자 수는 221명뿐이었다.

박씨의 어머니는 주변에 “딸이 파워블로거라 물건을 협찬받는다”고 자랑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박씨의 먼 친척들의 귀까지 들어갔다. 친척 중에 한 명은 2013년 6월 박씨에게 “BMW520 차량도 싸게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박씨는 가능하다며 ‘먼저 차량을 할부로 구입한 뒤 3000만원의 예치금을 주면 매월 할인 금액을 입금해주고 예치금은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뒤로 박씨는 매달 92만원을 할인금 명목으로 돌려주면서 부족한 돈은 자신의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메웠다.

사건이 수십억대 사기극으로 확대된 것은 박씨의 고종사촌 언니인 장아무개(39)씨가 개입되면서부터다. 장씨는 박씨에게 여러 차례 명품가방 등을 협찬으로 싸게 구입해달라고 부탁했다. 박씨는 130만원짜리 명품가방을 사서 96만원에 장씨에게 넘겼다. 장씨의 부탁은 계속됐고 박씨는 손해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박씨는 결국 장씨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장씨는 멈추지 않았다. 친구들과 자신이 잘 알던 고급 미용실 원장 등에게 이런 사실을 이미 자랑해뒀기 때문이다.

거짓말의 규모는 더 커졌다. 장씨는 주변에 박씨가 ‘해외 유명 명품 회사의 초청으로 프랑스 본사를 방문했다’, ‘해외 명품 회사와 직접 후원계약을 맺었다’ 등의 거짓말을 하며 명품 가방과 시계, 골드바나 외제 자동차는 물론 골프회원권과 아파트까지 싸게 사주겠다고 말했다. 정상가격의 30%~50% 정도를 미리 예치금으로 주고 해당 물건을 구입하면 매월 할인 금액을 입금해주고 나중에는 예치금도 돌려준다는 조건이었다. 이들은 21명에게 70여 차례에 거쳐 42억여원의 사기를 저질렀다. 하지만 이런 사기극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0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심은 주범을 박씨로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장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무죄를 선고받았던 장씨에게 징역 5년을, 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는 박씨가 파워블로거가 아니어서 피해자들에게 명품 등을 싸게 사 줄 수 없음을 알고 있었으면서 계속 동생을 내세워 사기극을 벌였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 “나이가 어리고 아르바이트만 한 박씨가 아닌,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며 사회 경험이 많은 장씨가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며 유인해 사기를 주도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애초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고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고 했다가 친척과 지인들에게 알려져 아무 이익이 없더라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며 박씨의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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