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이인수 총장 비리사건의 수사 검사가 내부 고발로 파면당한 교수들에게 학교 쪽과 합의를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 총장을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이 총장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27일 수원대 교수협의회와 참여연대의 말을 종합하면, 수원지검 민아무개 검사는 지난 6월 중순 수원대 비리를 폭로했다가 파면당한 배재흠 교수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학교 쪽이 복직시킬 뜻이 있으니 대화해서 접점(합의)을 찾으라’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했다. 앞서 배 교수는 이 총장이 교육용 재산을 자기 소유의 리조트에 부당 임대하고 학교 후원금을 교비 처리하지 않은 채 종편 방송에 투자하는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19개월만인 지난달 25일 총 40여건의 고발 내용 중 업무상 횡령 단 1건만을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비교적 가벼운 사안으로 판단할 때 청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 판단과 달리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지난 14일 정식재판으로 전환했다.
교수협의회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민 검사는 배 교수에게 “여기서 가만히 계신데 저쪽(학교)에서 복직을 시켜주기는 사실 쉽겠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접점을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고”라고 말했다. 민 검사는 또 “교수님들 입장에서도 복직이 되면 그 자체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제가 중재를 도와드릴까 싶은 생각도 들다가 괜히 양쪽에서 오해하실 것 같아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민 검사는 같은 달 24일에도 배 교수에게 “교수님들이 퇴직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하시니까, 복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학교와 이인수 총장의 비리를 외부에 알렸다가 동료 교수들과 함께 지난해 파면당했고, 파면 취소 소송 등을 내어 1·2심에서 승소했다.
교수들은 민 검사가 얘기한 ‘접점’이 이 총장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법원이 파면 취소 판결을 내려도 학교는 우리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학교가 검사를 통해 복직을 거론하는 것은, 결국 이를 미끼로 고발을 취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 검사는 복직 얘기가 학교 쪽 요청으로 나온 것이라는 점도 내비쳤다. 그는 “저쪽(학교)에서는 교수들 복직하는 거에 대해 자기들이 전향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며 “이런 의사가 있다면 교수님들께 말씀드리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 검사는 또 “학교 쪽 입장도 들어봤는데, 수원과학대 박○○ 총장님 같은 경우가 해직 교수님들과 신뢰관계가 있으신 것으로 생각을 하시더라구요… 저도 사실 되게 조심스러운데 박○○ 총장님과 한번 말씀을 나눠 보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수사 검사가 학교 쪽 대화 상대자까지 전달하는 등 메신저로 나선 것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 폭행이나 사기 사건은 검사가 중간에서 중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총장 비리를 폭로해 해직당한 교수에게 사건과 전혀 별개인 복직 운운하는 것은 검사로서 객관성을 잃은 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고발자가 고발을 취하하면 검찰의 운신 폭이 훨씬 넓어진다. 검사는 이것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중재하려고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민 검사가 합의를 종용한 것이 아니다. 학교 비리와 교수들의 복직 문제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연관된 사건이어서, 복직 문제라도 먼저 풀어보자는 생각에 제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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