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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국인 어머니를 둔 일본인…‘난징’을 용서해야 하는가”

등록 2015-12-28 20:31

 오른쪽이 시마다 시게루 사무총장. 사진 일본와이엠시에이연맹 제공
오른쪽이 시마다 시게루 사무총장. 사진 일본와이엠시에이연맹 제공
[짬] ‘한중일 YMCA 평화포럼’ 일본 대표 시마다 시게루 사무총장
그는 한 장의 사진 앞에서 잠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사진은 1937년 12월 난징대학살 현장에서 일본군에 의해 숨진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지난 20일 중국 난징시에 있는 ‘난징대학살 희생동포 기념관’을 찾은 시마다 시게루 일본와이엠시에이(YMCA)연맹 사무총장은 한동안 사진 앞을 떠나지 못했다. 특히 시마다에게는 난징대학살에 관련해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그는 “군인이던 아버지는 전쟁 중인 1940년대 중국인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일본인으로 살아온 나는 대학살 현장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중국인의 피가 섞인 나는 이들을 용서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3국 청년들 난징대학살기념관 답사
‘일본군에 숨진 아이’ 사진에 ‘정지’
“학살현장 보고 싶지 않지만 왔다”

일본 회원들 “중국인들 옆에서 긴장”
중국 청년 대표 “분노보다는 논의를”
한국 대학 대표 “자전거 순례 제안”

난징대학살 기념관은 생존자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일본인이 어떻게 중국인을 학살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일본군은 여성들을 강간하고, 사람을 산 채로 죽이기도 했다. 휘발유를 뿌려 죽이는가 하면, 칼로 베기 시합도 했다고 한다. 2007년 난징대학살 70돌에 맞춰 확장·개관한 기념관은 학살된 양민의 유골이 발견된 구덩이 ‘만인갱’ 터에 세워졌다. 건축 공사 때 구덩이에서 켜켜이 쌓인 채 발굴된 아이와 여성의 유골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리관이 전시돼 있다. 기념관 앞을 지키고 있는 비석에는 ‘300,000’이라는 희생자 수가 크게 조각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전시 내용에 대한 검토를 공식 요청하는 등 중국 당국과 민감한 외교마찰을 빚어왔다.

요코하마 와이엠시에이 소속 사쓰마 도우다 역시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중국인들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일본인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불안하기만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때마다 옆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제6회 한·중·일 와이엠시에이 평화포럼’에 참석한 일본 회원들이다. 2004년 한국 와이엠시에이의 제안으로 제주도에서 시작해 2년마다 3국을 순회하며 평화포럼을 열고 있다. 이충재 한국와이엠시에이전국연맹 사무총장은 “2년 전 열린 히로시마 평화포럼에서 난징을 다음 개최지로 정했다. 일본 회원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큰 용기를 내줬다”고 전했다.

이번 포럼의 가장 큰 의의는 가해자인 일본이 함께 아픔의 현장을 둘러보고, 역사를 통해 미래를 모색해 나가는 데 있었다. 29명의 일본 와이엠시에이 회원들은 이날 평화의 상징인 ‘학’을 직접 접어 와 ‘동북아 평화 기원’이라는 글귀와 함께 기념관에 올려뒀다.

이날 기념관을 둘러본 40여명의 한국·중국·일본 3국 청년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중국 청년들이었다. 중국인 펭시아오주안(34)은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보고 나라마다 다양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실제 그걸 보기 전에는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났을지 의심했을지 모른다”며 “물론 분노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의 분노는 일본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이 대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일본 정부를 향한 것이다. 지금 한국·중국·일본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은 먼저 분노를 내려놓고 사건을 바라보면서 논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일본 회원인 준지 사와노(30)는 “인간이 어떤 상황이 되면 이런 일을 저지르는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청년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흘 동안 난징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 가장 강조된 단어는 주제대로 ‘평화’였다. 작은 행동이지만, 각국 청년들이 모여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우예지(21) 한국대학와이엠시에이전국연맹 총무는 “요즘 청년들은 취업난 등에 쫓겨 ‘평화’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별로 없다. 이렇게 3개국 청년들이 모여 우리가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매년 5월 국내에서 한국 청년들이 평화가 필요한 비무장지대나 고리 원자력발전소 등을 답사해왔는데, 한국을 넘어 한·중·일 청년들이 자전거 평화순례를 다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포럼에서 이를 제안했다”고 했다. 2년 뒤 열리는 제7차 평화포럼 개최지를 광주광역시로 정했다.

난징/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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