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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슬픔·분노 나눠지고 ‘세월호 잊지 말자’ 노래합니다”

등록 2015-12-30 20:11수정 2015-12-30 22:18

416합창단이 지난 20일 성남시청에서 지역 시민단체들이 공동주최한 ‘까치의 송년아리랑’ 공연을 마치고 함께 했다. 맨 뒷줄 오른쪽 여섯째가 지휘 겸 기획자 박미리씨, 여덟째가 대표 이남석씨다.
416합창단이 지난 20일 성남시청에서 지역 시민단체들이 공동주최한 ‘까치의 송년아리랑’ 공연을 마치고 함께 했다. 맨 뒷줄 오른쪽 여섯째가 지휘 겸 기획자 박미리씨, 여덟째가 대표 이남석씨다.
[짬] 송년 특집-나누는 사람들 416합창단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호흡을 맞추고 입을 모아 함께 노래를 하다 보니 ‘이웃’을 넘어 ‘가족’이 된 느낌이에요.”

매주 월요일 저녁 경기 안산의 세월호 분향소에서는 아름다운 화음이 울려 퍼진다. ‘4·16 참사’ 1주기가 넘어가면서 진상 규명은커녕 여론의 관심마저 시들해가던 지난 7월부터였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평화의나무합창단(지휘 김준범)에서 ‘세월호 500일 합동 기획공연’을 제안했고, 단원 20여명이 안산에 달려와 세월호 가족 20여명과 함께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고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자는 마음이었죠.”(세월호 가족들) “가족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래로나마 위로를 해드리고 싶어 기꺼이 달려갔지요.”(평화의 나무 단원들)

그로부터 6개월, 이들은 ‘416합창단’의 이름으로 전국을 돌며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노래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평화의 나무 합창단
뮤직비디오 제작 함께하며 ‘인연’
지난 8월 ‘세월호 500일 합동공연’
‘노래의 감동과 힘’ 공유하며 연대

가족 20여명-단원 10여명 참여
지난달 ‘416합창단’ 공식 결성
“추모곡 직접 불러 문화로 승화”

이들의 첫 만남은 지난해 5월10일 안산에서 열린 첫 세월호 시민추모제에서 이뤄졌다. 모두가 참사의 충격에 빠져 있던 그때, ‘평화의 나무’는 무대에서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며, 가족들은 맨 앞쪽에 모여 앉아 눈물로 인사를 나눴다. 그날 이후 평화의 나무는 세월호 가족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100일 추모공연’ 이후부터 평화의 나무는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 진을 친 가족들의 천막농성장을 주기로 찾아가 간이공연으로 연대했다. 그런 날들이 이어져 2015년 5월에는 세월호 뮤직비디오 ‘네버 엔딩 스토리’에도 함께 출연하고 발표공연도 했다. ‘리멤버0416’ 대표인 오지숙씨가 제안하고 총괄 제작한 이 뮤직비디오에 참여한 20여명의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들로 ‘세월호 가족 합창단’이 꾸려졌다.

“416합창단 결성의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8월29일 세월호광장에서 ‘여기 사람들 있네’를 주제로 함께했던 ‘500일 추모문화제’ 합동공연이었어요. 슬프지만 아름다운 노래로 수천명의 대중과 소통하는 일체감을 느꼈고 ‘합창의 힘’을 확인했거든요.”

부인 최순화씨와 함께 가족 합창단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창현(단원고 2학년 5반)군의 아버지 이남석씨는 “무엇보다 한결같이 함께해준 평화의 나무 단원들에 대한 ‘신뢰’가 큰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합창 활동을 하면서 가족들은 ‘치유의 경험’을 입 모아 고백하고 있다. 참사 뒤 하루도 술 없이는 잠들지 못했다는 ‘예진 엄마’는 “노래를 연습하거나 공연한 날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 쉴 수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합창단 이름으로 공식 활동을 하려면 노래도 잘해야 할 것 같다’는 바람에 가족들은 평화의 나무에 연습 도움을 청했다. 이에 호응해 평화의 나무 단원 10여명이 합류해 매주 함께 연습을 해왔다. “집에서 분향소까지 불과 10분 거리인데도 귀찮아 결석하려다가도 저마다 직장과 생업이 있는 분들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평일 저녁 시간을 내서 안산까지 와주는 열성을 생각하면 힘을 내 나서게 돼요.” 그렇게 가족들은 점차 마음을 열었다.

“처음 안산 분향소에 연습하러 갔을 때는 분위기도 마음도 표정도 너무 무거웠어요. 감히 ‘즐겁게 노래를 하자’고 나설 수가 없어서 그냥 옆에 앉아 조용히 따라 부르곤 했죠. 그런데 합동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부터는 가족들이 훨씬 적극적이에요. 무엇보다 표정이 밝아지고 스스럼없이 서로 수다도 떨 만큼 편안해졌어요.”

‘고교 음악 교사’ 출신으로 합동공연 때부터 연습 지도를 맡아온 평화의 나무 단원 박미리씨는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제안으로 지난달부터는 ‘세월호 가족 합창단’에서 ‘416합창단’으로 이름을 바꾸로 회비를 모아 공식 활동에 나섰다. 지난 6일 ‘세월호 600일 추모제’ 때는 안산에서 처음으로 500여 전체 세월호 가족들 앞에서 공연을 펼쳤다. 경건하기만 했던 예전 추모행사와 달리, 객석에서는 “앙코르”까지 터져나왔고 음반을 내자는 제안도 들어왔다. 소문이 나면서 성남, 광주, 전주 등등 전국 각 지역 세월호대책협의회에서 공연 초청이 줄을 잇고 있다. 31일 밤에는 세월호광장에서 송구영신문화제 무대의 대미를 장식한다.

“416합창단 활동의 또다른 의미는 참사의 충격과 슬픔과 분노가 낳은 수많은 ‘세월호 추모곡’들을 가족들이 직접 부르며 하나의 문화로 승화해가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해요.”

이제는 416합창단의 지휘 겸 기획을 맡게 된 박씨는 “추모곡들을 처음 연습할 때는 가족들이 슬픔에 겨워 힘들어하지만 ‘잊지 말자’는 뜻을 가장 널리 오래도록 남길 수 있어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약속해’(윤민석 곡) ‘화인’(백자 곡) ‘어느 별이 되었을까’(이현관 곡) 등 추모곡들은 합창단의 대표곡으로 익숙해졌다.

416합창단과 평화의나무합창단은 새해 ‘세월호 2주기 추모제’에는 더 많은 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합창 공연을 준비할 참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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