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연씨
국내 첫 민간인 동장 황석연씨…서울 금천구 독산4동 공모 통해 선발
국내 첫 민간인 출신 동장이 나왔다. 서울시 금천구 독산4동장 황석연(49)씨다.
“첫 사례인 줄도 몰랐는데 나와 보니 기대와 관심이 너무 커서 정신이 없네요.”
지난 12월31일 임명장을 받고 4일 첫 출근한 그는 금천구 시흥2동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주민으로서 “앞으로 2년간 주민들과 함께 마을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기록’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의 이력에 비춰보면 매우 자연스럽다. 그는 서울대 사범대 출신으로 중·고교 교사를 거쳐 1995년 <조선일보>와 97년 <한겨레>에서 10년 가까이 취재활동을 한 기자 출신이다. 가업인 교육사업에 관여한 인연으로 서울교육청 자문을 맡아 ‘방과후학교’를 처음으로 만들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서울혁신파크의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아 도시 재생과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왔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최근 인사를 통해 행정경험 많은 팀장과 주무관들을 독산4동에 전격 배치해 황 동장을 지원하도록 배려했다.
민간인 동장 공모제는 지난해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시내 420여개 동 가운데 4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5급 사무관’에 해당하는 동장 자리는 9~7급 공무원들이 20~30년 경력을 쌓은 뒤에야 맡을 수 있는 직급이어서 순조롭게 시행되지 못했다. 금천구(구청장 차성수)에서도 지난해 1차 무산된 뒤 재공모를 통해 16명의 후보자 가운데 황씨가 뽑혔다.
“우리 행정시스템은 100년 넘게 일제의 유산을 따랐죠. 이제는 지시하달하는 방식에서 주민참여형 개방 행정으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는 가장 먼저 할 일로 ‘직원들은 사무실 밖으로, 주민들은 사무실 안으로’를 꼽았다. ‘주민기획단’을 꾸려 주민들 스스로 살고 싶은 마을을 구상하고 해야 할 의제를 정하도록 하고, 직원들은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돕는 ‘간사’나 ‘멘토’로서 함께한다는 것이다. 이미 주민센터에 마련돼 있는 주민모임공간 ‘활력소’를 활용해 협동조합이나 공동마켓 등 주민자치 사업을 펼칠 구상도 하고 있다.
“금천구에는 독거노인과 한부모가정 등 서민층이 유독 많아서 고독사 비율도 높은 편이다.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동네 이웃들이 나서서 집 밖으로 나와 함께 어울리도록 하면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마을공동체에서 아이들을 함께 돌봐 교육함으로써 ‘마약 슬럼가’를 벗어난 하와이섬의 사례를 들며 ‘개발’이 아니라 ‘재생’을 통해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주민들과 함께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인구 2만2천여명의 독산4동은 아파트 480가구와 다세대 빌라가 많은 공동주택단지인 만큼 마을 만들기에 적절한 곳이기도 하다. “2년 시범 사례를 충실히 기록해 책으로 다시 인사드릴게요.”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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