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사진 이정우 기자
또다시 마주한 ‘검찰의 민낯’
검찰 “기준 어긋나는 청탁은 아냐”
채용비리 ‘몸통’은 한명도 죄 안물어
청년단체, 최 부총리 검찰에 고발
검찰 “기준 어긋나는 청탁은 아냐”
채용비리 ‘몸통’은 한명도 죄 안물어
청년단체, 최 부총리 검찰에 고발
최경환 부총리의 인사청탁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6일 발표한 수사 결과는 ‘권력 실세 봐주기’의 막장으로 기록될 만하다. 검찰은 최 부총리의 연루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언과 정황증거에도 불구하고 최 부총리를 단 한 차례 서면조사만 한 뒤 ‘무혐의’ 처리했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던 김수남 검찰총장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현 정권 최고 실세 앞에서 ‘정치 검찰’의 민낯을 드러냈다.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긴 피의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전 이사장인 박철규씨와 전 운영지원실장 권아무개씨 등 두 명뿐이다. 부당하게 채용된 직원이 여럿이고 이들의 채용을 청탁한 이들이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채용 비리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청탁자는 단 한 명도 죄를 묻지 않았다. 검찰은 “부정 채용을 청탁한 사람들이 ‘채용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범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청탁자들의 ‘변론’에 힘썼다.
검찰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청탁자는 가볍게 부탁을 했는데 중진공 이사장과 실무자가 이를 과도하게 받아들여 불법행위까지 저지른 셈이다. 발각되면 징계를 당하거나 직장을 잃을 수 있고,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불법행위를 가벼운 부탁을 받고 저질렀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논리다.
검찰과 언론을 통해 드러난 청탁자들은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해 국회의원, 전직 고위공무원 등 중진공의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이다. ‘친박 실세’인 최 부총리의 경우 2013년부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는데, 이들 기관은 중진공을 감사(국회 산자위)하고 평가(기획재정부)한다. 기재부 출신으로 행시 2년 후배인 박철규 전 이사장을 사실상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다. 최 부총리는 박 전 이사장을 최소한 두 차례 이상 만났고, 이 중 한 차례는 박 전 이사장에게 “내가 결혼시킨 아이니, 뽑아달라”는 얘기를 했다는 구체적인 증언까지 존재한다.
검찰 수사 결과는 지난해 5월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보고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무려 4개월 동안 관련자 39명을 상대로 50차례 소환조사한 결과치고는 초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이 밝힌 부정채용 대상자 4명은 모두 감사원 보고서에 등장하고, 이들의 성적 조작 방식이나 청탁 경로 역시 대부분 감사원 보고서에 들어 있는 것들이다. 심지어 검찰은 감사원 보고서에 있는 ‘불상의(알 수 없는) 국회의원의 청탁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그대로 되풀이했다.
이날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들은 형법상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최 부총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대표는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최 부총리가 자기 부하의 일자리만 불법으로 만들었다. 청년들이 사회를 불신하고 절망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김기성 기자 haojune@hani.co.kr
이정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대표(왼쪽부터)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입직원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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