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국 퓨젼테크 대표
‘출소자 고용하는 사장님’ 강선국 퓨젼테크 대표
“나도 10대 이후 오랜 방황
관심 주면 잘 살 수 있다 생각”
월 100만원 적금 ‘입사 조건’ 매출 3년새 50억서 170억으로
“출소자 덕 봤다고 하지요” 축구 애호가인 강 대표는 2005년부터 출소자 자립을 돕기 위한 후원을 해왔다. 인천 서구 생활체육축구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동호인들과 함께 출소자 숙식을 지원하는 기관인 인천 승학생활관위원회에 재정지원을 한 게 출발이었다. 하지만 후원과 고용은 다른 문제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의 고용 권유를 받고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하지만 저도 젊은 시절에 방황을 많이 했던 터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죠. 그들에게 관심을 보여주면 사회 구성원으로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는 도박에 매달렸고, 어머니는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집을 나갔다. 서울에서 홀로 장사를 하던 어머니가 학비를 보내줘 중·고교를 마칠 수 있었다. 19살 때부터 시작한 공장 생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쉽게 굽히지 못하는 성격 탓에 상사들과 다툼이 잦았다. 폭음 횟수도 늘어갔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주방기구 기술 습득에 의지를 불태운 게 20대 후반이니 그의 방황도 10년 가까이 이어진 셈이다. “2011년 말 출소자를 처음 고용했는데, 유흥가에서 일했던 청년이었죠. 한 달가량 마음의 문을 닫고 외톨이로 있다 도망갔어요.” 이때 그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한 명은 외로워서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듬해엔 두 명을 받았다. “첫날 면담을 해보니 둘 모두 결손가정 출신이었죠. 정에 굶주렸어요. 이 정도 아이들이면 사람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튿날 출근해보니 한 명만 나왔다. “(출근한) 이 친구가 근속하면서 승진도 해 지금은 회사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팀의 책임자이지요.” 김 대표는 “출소자 고용 초기엔 10명 가운데 1명만 성공했다”며 “3개월이 고비”라고 했다. 그는 출소자들을 고용하면서 두 가지 약속을 받아낸다. 회사 방침을 잘 따를 것과 매월 급여 가운데 100만원을 적금에 들라는 것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입사 초기에 잔업과 특근 수당을 합쳐 220만~230만원을 받는다. “돈이 쌓인다는 걸 알아야 장래 희망을 꿈꿀 수 있죠. 통장은 제가 관리합니다. 3개월이 지나면 사장실로 따로 불러 통장을 보여주면서 ‘이제 부자네’라고 말해주죠.” 출소자 채용에 다른 직원들의 반발은 없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처음엔 항의하는 직원들도 있었죠. 하지만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동료로 받아들이지요.” 성범죄자 채용엔 회사에서 일하는 그의 딸이 반발했다. “가정파괴범을 왜 아빠가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딸이 반발했죠. 제가 그랬어요. 아빠가 안 받아들이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 성범죄자는 어떤 회사도 쓰려고 하지 않아요.” 사장의 의지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젠 직원들도 힘을 합치고 있다. 직원들은 재작년부터 회사에서 나오는 폐비닐과 폐박스를 모아 기금을 마련해 출소자 자녀 장학금으로 쓰고 있다. 분기별로 학생 4명에게 장학금을 주는데 지금까지 모두 8차례 기증식을 했다. 지난해는 직원 50여명이 매달 월급에서 5천원에서 5만원까지 떼어 출소자를 돕는 기부 약정에 참여했다. 그의 회사 매출액은 2012년 50억원에서 3년 사이 세 배 이상 뛰었다. 한샘의 매출 신장 덕이 크지만, 강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다른 업체 사장들에게 ‘출소자를 쓰니 매출이 올랐다’며 출소자를 쓸 것을 권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출소자 채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출소자를 쓰는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입니다. 대기업의 한 간부가 그러더군요. 500명을 고용해 그 가운데 1명이라도 사고를 치면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요.” 재정 부담도 무시하기 힘들다. “출소자를 쓰려면 기숙사도 제공해야 합니다. 보통 1년 단위로 집 계약을 하는데, 몇 달 일하고 나가버리면 남은 집세까지 부담해야 하지요. 고용주가 이런 일을 몇 차례 겪고 나면 손을 들어 버립니다.” 출소자들의 3년 이내 재범률은 20%를 넘는다. 이 수치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안정된 일자리를 갖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사장 구본민)이 2009년 ‘일터나눔 허그’ 사업을 시행한 이유다. 출소자를 적극 고용하는 업체에 출입국 우대 카드 발급 같은 혜택을 부여하는데, 현재 중소기업 24곳이 참여하고 있다. 강 대표에게 출소자를 보듬어내는 비결을 물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친구 가운데도 몇은 방황하고 있지요. 세상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생 다루듯 상세히 가르치고 말도 걸어주고 해서 마음의 빗장을 열어야 합니다. 일단 (출소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지요.” 계획은? “저도 인간이니 돈을 더 벌고 싶은 생각을 할 때도 있죠. 그러나 지금은 도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돕자는 생각입니다. 재물은 큰 의미가 없어요. 사람답게 살다가 가는 게 제일 좋은 것입니다. 봉사도 해보면 중독이 됩니다. 한번 해보면 정말 재밌어요.”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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