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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졸업하지 못한 ‘250명 친구’ 마음에 품고…

등록 2016-01-12 20:06수정 2016-01-12 21:12

세월호 참사를 겪은 안산 단원고 졸업생과 시민들이 단원고 졸업식이 열린 12일 낮 교실 존치를 요구하며 경기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단원고까지 침묵행진을 마친 뒤 희생 학생들의 책상에 국화를 바치고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세월호 참사를 겪은 안산 단원고 졸업생과 시민들이 단원고 졸업식이 열린 12일 낮 교실 존치를 요구하며 경기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단원고까지 침묵행진을 마친 뒤 희생 학생들의 책상에 국화를 바치고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웃을 수 없던 ‘단원고 75명’ 졸업식

참사 637일만에 생존학생 졸업식
희생학생들 책상엔 국화 한송이
“친구들 몫까지 잘 살아주길 바라”
졸업식장 대신 분향소 찾은 유가족
“내 새끼야” 부르며 끝내 오열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 75명이 12일 졸업했다. 참사 637일 만이다. 비슷한 시각 세월호 유가족 등은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안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추모식을 연 뒤, 걸어서 2㎞ 떨어진 단원고를 찾았다. ‘하늘의 별’이 된 250명의 책상에는 졸업장 대신 부모, 형제자매가 들고 간 국화 한 송이씩이 올려졌다.

이날 오전 10시30분 단원고 교문 앞은 여느 졸업식장처럼 붐볐다. 꽃다발을 든 가족들이 서 있고, ‘졸업을 축하합니다 … 별이 된 친구들 몫까지 열심히 사세요’라는 펼침막들이 곳곳에 걸렸다. 졸업식장에는 생존 학생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해 ‘비표’를 받은 가족과 학교 관계자들만 입장이 허용됐다.

“간밤에 저도, 딸도 잠을 못 잤습니다.”

세월호에서 딸이 마지막으로 구조됐던 장동원(47)씨도 이날 졸업식이 힘들다고 했다. 장씨는 “오늘 아침에 ‘학교에 다녀오겠다’는 딸에게 졸업 축하한다, 친구들을 다 잃고 힘들게 살아나온 만큼 친구들 몫까지 잘 살아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생존 학생의 작은아버지인 양아무개(49)씨는 “조카가 좋은 대학도 갔는데 좋은 일 있을 때마다 숨진 친구들이 많이 생각나나 봐요. 이 과정을 잘 견뎠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졸업생을 대표해 답사를 한 생존 여학생은 “세월호 이후 병원과 수련원을 거쳐 다시 돌아온 학교, 그 속에서 따라오는 수많은 시선과 비난들도 우리 모두에겐 힘겨운 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여학생은 그러나 “이런 삶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법을 우리는 배웠고 우리 자신이 스스로 강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낮 12시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는 유가족 등 300여명이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라는 추모식을 열었다. 유가족들은 지난 10일 “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250명의 희생 학생들은 ‘졸업이 아닌 긴긴 방학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겨울방학식’까지 했다. 하지만 이날 졸업식장이 아니라 분향소에 영정으로 안치된 아들과 딸을 만나야 했던 유가족들은 또다시 무너져 내렸다.

국화를 든 한 어머니는 자식의 영정을 넋 나간 듯 바라보다 “내 새끼”라며 털썩 주저앉았다. 딸의 영정 앞에 선 한 아버지는 볼에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어깨를 들썩였다. 유가족들의 낮은 울음이 분향소 안에 퍼졌다. 졸업식을 마치고 곧장 분향소의 친구들을 찾은 한 여학생은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추모식에서 희생자 김웅기군의 형 인기씨는 희생자들이 ‘명예 졸업’을 하지 않은 데 대해 “학생과 교사 등 9명의 미수습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초 학교 쪽은 이날 졸업식에서 희생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도 함께 치를 예정이었지만, 유가족들이 반대해 취소했다.

추모식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생존 학생들의 졸업 축사를 낭독한 예은이 아빠 유경근씨는 단원고 ‘명예 3학년 교실’(희생 학생들이 2학년 때 공부했던 교실)의 보존을 간곡히 호소했다. “아이들과 교사들의 추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4·16 이후 새로운 교육이 단원고에서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안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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