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주검을 훼손한 혐의(폭행치사, 사체손괴·유괴 등)를 받고 있는 최아무개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인천지법 부천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부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부천 초등생 부모 경찰 조사
아버지 “나도 맞고 자라…
체벌로 숨질지 몰랐다” 진술
경찰, 부작위 의한 살인 혐의 검토
학대의심 학부모 8명도 수사
‘아동학대 전담 경찰’ 도입 추진도
아버지 “나도 맞고 자라…
체벌로 숨질지 몰랐다” 진술
경찰, 부작위 의한 살인 혐의 검토
학대의심 학부모 8명도 수사
‘아동학대 전담 경찰’ 도입 추진도
초등학생 아들의 주검을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최아무개(34)씨가 “(아들에 대한) 상습폭행 혐의가 드러나 처벌받을 것이 두려웠다. 주검이 부패되면 냄새가 날 것 같아 냉동보관했다”고 진술했다. 검거되기 직전 인터넷을 통해 ‘경찰 체포 시 대응요령’을 검색하고, 이를 경찰서에 출석한 자신의 아내(34)에게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최씨 부부에게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구호조처 등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부천원미경찰서는 18일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들이 최군 부모의 심리 상태를 1차 분석한 결과, 최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홀어머니로부터 과도한 ‘경제적 가장’ 역할을 요구받으며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도 부모는 있지만 사실상 방임 상태에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8일 밝혔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친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고 다친 경우도 있었지만, 병원에 간 적은 없었다. 아들이 숨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 모두 정상적인 자녀관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숨진 최군(당시 7살)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들에 대한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의 범행이 사이코패스적 성향보다는 극단적인 이기적 성향, 미숙한 자녀양육 형태, 경제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최씨는 강력범죄 경력은 없고, 2006년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10월 인터넷상에서 사제폭탄, 청산가리 등을 판다고 광고한 뒤 연락해 온 이들에게 모두 43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22살 때인 2003년 부인을 만나 동거하다가 2005년 최군을 낳고 혼인신고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피시(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게임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고, 부인은 전화상담원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씨 부부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현재 아동이 장기간 결석해도 할 수 있는 조처가 약 100만원 규모의 과태료 부과인데, 이마저도 부과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아동학대 의심 학부모 8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취학 독려’로 행정조처가 종결된 초등학생 75명에 대해서도 아동학대 여부를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부천/김기성, 김성환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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