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보낸 통지서
“진상규명 안돼 사망신고조차
못하는 가족들 심정 모른채…”
유가족, 또한번 가슴치며 울어
병무청, 뒤늦게 “깊은 사과”
못하는 가족들 심정 모른채…”
유가족, 또한번 가슴치며 울어
병무청, 뒤늦게 “깊은 사과”
“어찌 억울하게 하늘나라에 먼저 가 있는 아이들에게 군대 갈 신체검사 받으라는 영장을 보내나요…. 진상규명 안 돼 사망신고조차 못 하는 가족들 처지는 나 몰라라 하면서, 해도 너무하네요.”
지난 16일 오후 세월호 참사로 숨진 김동혁(당시 단원고 2학년 4반)군의 집으로 병무청이 보낸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받게 되는 ‘징병(신체)검사 대상 안내문’이었다. 이를 받아든 김군 유족들은 울고 또 울었다. 동혁이가 미치도록 그리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속한 국가행정’으로 또 한번 상처를 받았다. 지난해 말에도 희생 학생 2~3명의 집으로 같은 통지서가 전달돼 부모들이 가슴을 쳤다고 유가족들은 전했다.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남학생들의 유가족에게 ‘신검 영장’이 줄줄이 발송된 것은 희생 학생 상당수의 출생연도가 1997년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1997년생 단원고 남학생은 모두 92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사망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어, 이런 통지문을 받은 부모는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혁군의 어머니는 “밤새 울고 또 울었다. 아직 수습되지 않은 희생자들이 있고, 참사의 진상도 밝혀지지 않아 사망신고를 할 수 없는데 이런 영장을 보내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법률 87조는 ‘수해, 화재나 그 밖의 재난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조사한 관공서는 지체 없이 사망지의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족의 사망신고가 없었더라도 병무청과 관련 기관이 좀 더 긴밀하게 협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무청은 “주민등록 정보화 자료에 의해 매년 19살이 되는 남성을 대상으로 징병검사를 실시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인 2014년 7월과 지난해 10월 각각 단원고와 국무조정실에 명단을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명단을 제공받지 못했다. 이에 지난 1월6일 1997년생에게 일괄적으로 안내문을 송달했다. 전산상으로 사망신고가 돼 있는 27명에겐 안내문을 발송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이어 “이번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 국무조정실과 협의해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사망자 명단을 확보한 뒤 (단원고 학생 등) 1996~98년생 140명을 징병검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가족의 마음을 다시 한번 아프게 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안산/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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