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12~2013 공채 내부문건 입수
국회의원 3명, 차관급 1명, 전·현 경제관료 4명
명단 옆에 청탁자 표시…지원한 10명 전원 합격
국회의원 3명, 차관급 1명, 전·현 경제관료 4명
명단 옆에 청탁자 표시…지원한 10명 전원 합격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말고도 국회의원,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 정부 부처 기관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채용 청탁을 한 정황이 19일 <한겨레>취재 결과 확인됐다. 검찰과 감사원은 이들의 채용 청탁이 의심되는 자료를 다수 확보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최 전 부총리를 무혐의 처분하고 박철규 전 이사장 등 중진공 인사 2명만 기소한 뒤 사건을 마무리했다.
<한겨레>가 최근 입수한 중진공 합격자 명단 등 내부 문건을 보면, 2012~2013년 진행된 3차례 중진공 공개채용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소속 의원 3명과 현직 차관급 부처장 1명,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전·현직 고위 간부 4명 등 8명이 지원자 10명에 대한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의심된다. 이들 문건은 당시 중진공 인사 담당 실무자가 작성한 것으로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비고란에 이름 또는 직책을 적어놓은 것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의원 2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1명이 2013년 1차 합격자 명단에 오른 4명의 입사지원자 비고란에 이름이 적혀 있다. 이들 입사지원자 중 3명은 능력·적성 평가에서 합격권 바깥인 80~120등 사이였는데, 이후 1차 면접에서 순위가 각각 10위권(1명)과 30~40위권(2명)으로 올랐다. 애초 10위권이었던 1명을 포함해 지원자 4명 모두 최종 면접을 통과해 합격했다. 의원들은 앞서 감사원 및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최 전 부총리와 함께 중진공을 감사하는 산자위 소속이었다.
2012년 하반기 공채 합격자 명단에는 5명의 입사지원자 비고란에 기재부 전·현직 고위 간부와 정부 부처장 등 4명의 이름 또는 직책이 적혀 있다. 또 2012년 상반기 공채에서는 지원자 1명이 전직 기재부 고위 간부의 청탁 뒤 성적조작으로 합격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앞서 청탁 정황이 드러난 최 전 부총리 쪽과 신원 미상의 국회의원까지 포함하면 2년 동안 적어도 10명의 인사가 중진공에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들이 청탁한 12명은 모두 최종 합격했다. 세차례 공채로 뽑은 104명 가운데 11%가 넘는 숫자다.
검찰과 감사원도 <한겨레>가 입수한 문건에 등장하는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의 청탁 정황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과 감사원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보고를 받은 바가 없다. 이미 기소가 된 사건과 관련해 어떤 수사 내용이 있었는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환봉 최현준 기자 bonge@hani.co.kr
[관련기사]
▶[단독] 중진공 채용청탁 의혹, 최경환 말고 8명 더 있다
▶[단독] 현직 차관급, 아들 청탁 의혹…직원이 찾아가 “합격 알려달라”
▶[단독] 의혹 의원 5명중 4명 ‘산자위’ 소속…중진공 감독 하랬더니 ‘채용 갑질’
▶[단독] 감사원·검찰 ‘청탁 문서’ 확인하고도 조사 안해
▶[단독] 공공기관 채용비리 적발돼도 ‘몸통’ 청탁자는 안갯속
▶[단독] 중진공 채용청탁 의혹, 최경환 말고 8명 더 있다
▶[단독] 현직 차관급, 아들 청탁 의혹…직원이 찾아가 “합격 알려달라”
▶[단독] 의혹 의원 5명중 4명 ‘산자위’ 소속…중진공 감독 하랬더니 ‘채용 갑질’
▶[단독] 감사원·검찰 ‘청탁 문서’ 확인하고도 조사 안해
▶[단독] 공공기관 채용비리 적발돼도 ‘몸통’ 청탁자는 안갯속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