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록 공개소송 이어 또 연기
자료 제출 거부로 1년째 제자리
“청와대 의식해 너무 소극적” 비판
자료 제출 거부로 1년째 제자리
“청와대 의식해 너무 소극적” 비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이 제기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청와대는 ‘심리를 위해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만 비공개로 제출하라’는 법원 요구를 묵살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재판부가 선고를 이틀 앞두고 갑자기 변론 재개를 결정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에게 이뤄진 서면·구두보고와 박 대통령의 행적 등의 정보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2014년 12월 <한겨레>가 청와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의 선고를 21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19일 돌연 변론 재개 결정을 했다. “청와대 쪽은 ‘제출할 수 없다’고만 했을 뿐, 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사유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입증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을 3월8일로 잡았다.
청와대는 그간 재판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서면보고 자료는 존재하지만, 유선이나 대면으로 이뤄진 구두보고는 녹음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 자료가 존재하지 않고, 공식 일정이 아닌 경우 대통령의 일정이나 구체적인 위치는 관리하지 않고 있어 대통령의 행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서면보고 자료를 비공개 제출하라고 두차례 명령했지만, 청와대는 뚜렷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자료 제출을 거부해왔다.
재판부가 선고 이틀 전 갑자기 변론 재개 결정을 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이러저러한 말들이 나온다. 피고 쪽에서 아무런 입증을 안 하고 있는 만큼 정보를 공개하도록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 되는데 ‘민감한’ 사건의 선고를 하는 데 부담을 느낀 재판부가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원은 다음달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어 재판부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녹색당이 2014년 10월 청와대를 상대로 제기한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 역시 진행 상황이 비슷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는 지난해 9월 선고 기일을 잡았다가, 청와대 쪽에 ‘이 사건 정보를 비공개로 제출하라’며 변론 재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녹색당 소송을 담당하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은 “정보공개 소송에서 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한 입증 책임은 행정기관에 있고, 입증하지 못하면 재판부가 정보공개 판결을 하면 되는데 재판부가 청와대를 의식하는 것인지 너무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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