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
‘자살 고위험군’ 속한 독거노인들
또래와 어울리며 자살충동 떨쳐
복지부, 전국 80곳으로 확대 계획
‘자살 고위험군’ 속한 독거노인들
또래와 어울리며 자살충동 떨쳐
복지부, 전국 80곳으로 확대 계획
경기도 시흥에 사는 일흔 넷의 할머니 정아무개씨는 몇년간 외톨이로 지냈다. 지난 2012년 남편이 암으로 죽은 뒤로 살맛을 잃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식들의 무관심까지 더해지면서 그는 누구와도 접촉을 피했다. 마침내 극단적인 생각까지 자주 하게 됐다. 서울 강북에 사는 예순 여덟의 김아무개씨도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 노인이었다. 결혼생활을 두차례나 실패했고, 3년 전에는 친오빠가, 1년 전에는 노모마저 잇따라 세상을 떴다. 디스크 수술로 걷기조차 힘들어지자 절망한 그는 스스로 목을 매달았지만 다행히 실패했다.
정씨와 김씨는 이제는 더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엇이 이들을 변하게 했을까? 바로 ‘친구’였다. 새로 알게 된 나이와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이들은 우울과 자살충동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씨는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고, 그들과 이것저것 만들어도 보고, 나들이도 떠나게 되면서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도 더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까지 나서게 됐다고 한다.
이들이 마음을 나눌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데는 복지프로그램의 도움이 있었다.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이다. 우울과 자살충동에 빠지기 쉬운 독거노인을 발굴해 심리 상담치료를 제공해주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을 표방한 복지사업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전국 80개 노인복지관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 2014년 전국 56개 도시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이들 복지관에서는 고독사 및 자살 위험군의 노인들을 은둔형(사회관계를 맺지않는 형), 활동제한형(관계는 맺으나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형), 우울형(우울증 등으로 자살위험이 매우 높은 형)으로 분류해, 이들이 요리나 문화체험, 건강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친구관계를 맺도록 도와준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이 사업을 평가해본 결과, 사업 참여 이전 노인들의 평균 친구 수는 0.57명에 그쳤는데, 사업 참가 이후 1.65명으로 늘어났다. 자살 생각도 사업참여 이전에는 38점 만점에 18.26점으로 꽤 높았는데 사업 참여 뒤에는 9.94점으로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도 총 40억원의 규모로 68개 도시지역에서 80개 노인복지관 등에서 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기 시흥 소재 대야종합사회복지관의 이상현 사회복지사는 “전화 한 통화 할 수 있는 친구 1명만 있어도 삶에 대한 의욕을 갖게 돼 고독사나 자살을 줄일 수 있다”며 “사업 특성상 1명의 사회복지사가 60여명 이상의 노인들을 담당할 수 없기에 사회복지인력이 늘어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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